귀거래사

술잔을 끌어당겨 스스로 부어 마시고

 

마당의 나무들을 쳐다보며 얼굴에 편한 미소를 짓는다

 

남창에 기대어 제멋대로 내다보고

 

좁은 집이라도 무릎을 펼 수 있는 정도라면 충분히 편안함을 알겠다

 

정원을 매일 거니니 아취가 생기고

 

문이 있지만 오가는 이 없어 항상 닫혀있다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다가 아무 곳에서나 쉬고

 

때때로 고개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고향에 돌아와 혼자 술을 마시며 자연과 벗하니, 편안하다. 두발 뻗고 밖을 내다보며 중늙은이 도연명은 너무 좋아서 채신머리 없이 키득키득 웃기도 했을라, 집이 좁아도 좋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도 그만이고, 아무 곳에서나 쉬고 경치를 살피는 눈빛이야말로 얼마나 평화로운가 아늑한 정취의 전원생활을 노래한 도연명은 벼슬을 버리고 41세에 고향에 돌아와 그렇게 유유자적했다. 그 어느 것에도 구애됨이 없이 참 자유를 노래한 ‘제멋대로’의 ‘편안함’이란 무엇인가, 당연히 어떤 응분의 세속적 가치들을 포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귀한 것. 말이 쉽지 그것은 스스로 나를 떠메고 저 오지의 벽촌 돌무더기에 던져 묻는 일과 같다. 그러니, 세속의 질서와 가치 속에서 출세가도의 절정에 올랐을 때, 자신이 가장 잘 나갈 때, 자신을 버리고 저렇게 자연 속에 자신을 방기할 때, 비로소 나는 다시 한 번 더 사는 것이리.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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