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이 부숭부숭한 사내들과 고기를 구워 먹고
직립 보행하여 집으로 왔다
동굴 속은 어두웠다
재를 툭툭 털며
사위어가는 불씨의 문을 열고
아내가 기어나왔다
조 피 기장 수수를 담은
빗살무늬토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박살난 빗살무늬 사이로
곡식들이 쏟아졌다
곡식을 퍼 담으며 아내가 울었다
잠 깬 아이들이 함께 울었다
밥상 밑으로 식은 국물이
뚝뚝 떨어졌다
갈다 만 돌을 꺼내 갈고 또 갈았다
단번에 몸 베는 칼 한 자루 차고
一生一代의 길을 떠나고 싶었다
詩가 있는 아침
그 먼 옛날에도 가장은 밖으로 돌며 호구를 책임졌겠구나. 그게 힘들고 부담스러워 가끔은 삼겹살에 술을 먹고 지쳐 돌아왔겠구나. 살아도 살아도 맨날 쪼들리는 살림살이, 자꾸 보채며 우는 아이들, 삶에 찌들어 부스스한 아내와 보일러마저 식은 싸늘한 집에 돌아와 괜히 상다리 분질러 화풀이 했겠구나. 직립의 슬픔! 좀 더 멀리 보고자 했던 것이 내일에 대한 공포가 되어 사람을 지치게 하였구나. 그렇구나, 그렇게 수시로 집안을 들쑤시고 들러 엎고 싶었으나, 가장들은 다시 칼을 갈았구다.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보일러에 기름을 채워 넣고 학원에 보내고 좀 더 안락한 움막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단칼에 초라한 삶을 결단내기 위해, 여전히 어금니를 물고 묵묵히 일생일대의 칼을 갈고 있구나. 이덕규 시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