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부각시키지 않는 공공디자인

공공시설물이란 시민들의 도시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가로나 하천과 같은 공공공간에 설치하는 각종 시설물을 말한다. 벤치, 휴지통, 가로판매대, 가로등, 방음벽, 보도육교, 교량, 지하차도 등과 같이 그 종류 또한 무수히 많다. 공공디자인에 있어서 좋은 공공시설물은 어떠한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 공공시설물의 공통적인 특징은 디자인적 측면에서 볼 때 형태나 재료, 색채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주변 공간이나 다른 시설물과의 조화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도시마다 자신들의 고유한 이미지를 표출해 내지 못하는 정체성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공공시설물 디자인과 관련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지역의 상징 이미지를 공공시설물의 형태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역사적 유래가 깊은 지자체의 경우 공공시설물의 디자인에 전통 건축물의 외형적 특징을 모티브로 사용하거나, 지명(地名)과 관련된 특정 동물이나 식물의 형태를 모티브로 이용해 공공시설물을 디자인함으로써 마치 그 지역의 특징을 형태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공공시설물은 형태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주변과의 조화성과 각 공공시설물이 가지고 있는 기능적인 역할에 충실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 경관이나 공공디자인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보도육교를 보는 시각이 과거와 많이 달라지고 있다.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미적 가치가 강조되며 화려한 형태나 색채, 야간경관조명 등으로 치장한 경관육교가 도시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기능성 위주로 만들어진 철골구조의 보도육교가 도시미관상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어지는 경관육교가 도시 공공디자인의 올바른 방향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진정으로 인간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화려한 경관육교를 만들기 보다는 보도육교를 없애고 그 자리에 보행자가 걸어서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는 가로환경을 만들려는 노력이 공공디자인에 대한 보다 올바른 이해가 아닐까 생각된다.

 

좋은 공공시설물 디자인이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과 동시에 주변 공간과 잘 조화되는 디자인을 말한다. 자신의 모습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기보다는 인간이나 자연이 좀 더 부각되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존재성을 낮추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채민규  경기도디자인총괄추진단  디자인특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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