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원곡동에는 ‘국경 없는 마을’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거기에는 이주민 지원센터도 있고 이주 노동자들이 그들이 피땀 흘려 벌은 돈을 고국에 송금할 수 있는 은행취급점이 평일과 휴일 구별 없이 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다.
안산 지역의 다문화는 순수한 경제적 목적으로 이주한 노동자들에 의해 이식되었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을 지닌다. 제국주의 식민지를 경영한 국가들이 경험한 다문화주의와 달리 한국 사회의 다문화는 오히려 식민지 지배를 당한 국가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한다. 물론 한국 내의 이주민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족들의 경우 탈식민주의 경험과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주는 영구 이민보다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 간의 임금차이에 기인한 한시적 취업을 목적으로 한다.
이 지역의 다문화적 특성의 또 다른 면모는 고밀도의 집중성이다. 안산시 원곡동의 ‘국경 없는 마을’의 경우 식료품점을 포함해서 이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약 170개 정도 밀집되어 있고 이들을 국적별로 분류하면 50개국에 이른다. 주변 안산 공단에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들이 위치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밀집 현상이 가능했지만 원곡동의 다문화 공동체들은 ‘문화적 게토’라고 간주해도 좋을 만큼 특이한 도시화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의 범주 구별을 따르자면 수많은 빈곤층들인 ‘인프라노마드’와 정보 재화 창조자인 ‘하이퍼노마드’가 있다. 이러한 이원적 계층화는 원곡동의 이주민들과 서울의 동부이촌동이나 서래마을의 이주민들 사이의 양극화를 말한다. 물론 다문화는 위기의 이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우리 모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글로벌한 사회? 문화적 현상이 아닐까? 아탈리의 최근 저술 ‘살아남기 위하여’의 한 인용문은 우리 주변의 다문화현상이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유목민이나 강제 이주자, 불법 이민자, 경제난민, 정치 망명자, 그리고 오늘날 도처에 산재해 있는 가장 헐벗은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래 왔듯이, 앞으로 닥칠 사회변동에 대비해서 어느 도시, 어느 나라에서나 살 수 있고, 어떤 언어도 필요하다면 배울 수 있고,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한다.
박만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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