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광장과 광화문 광장

1993년 경기도 교육위원 시절 선진국 교육제도 견학이라는 명분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백악관을 지나 국회의사당과 워싱턴 광장을 견학했습니다. 한국전 참전 용사의 묘지를 찾아 묵념을 했습니다. 당시 느낀 점이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의사당 정문에서 이십년째 일인 시위를 하는 어느 할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단정한 모습으로 유인물을 목에 걸고 이십년째 혼자 데모를 하고 있었습니다. 온 세계의 핵무기를 폐기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데모꾼들의 폭력시위만 보던 저는 크게 감동 받았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자기의 주장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평화적이고 준법적이어야 합니다.

 

둘째는 현충묘비의 글이었습니다. 한국전에서 생명을 바친 미군의 영령에 쓰인 문구가 저와 저희 일행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어느 곳에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그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하여 우리들은 우리들의 목숨을 바쳤노라.”

 

이 얼마나 귀한 말씀입니까? 하나님께서 주신 하나뿐인 목숨을, 우리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미군의 영령 앞에 말없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셋째는 선현(先賢)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입니다. 건국의 아버지이며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헌법을 기초한 토마스 제퍼슨, 남북을 통일하고 흑인을 해방시킨 에이브라함 링컨 등 오늘의 미국이 있기까지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을 기념하는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크게 감동받았습니다.

 

최근 보도된 것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상도동에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관을 짓는다는 내용입니다. 지하 3층에 지상 6층으로 대지매입비 50억 원에 건축비 100억 원을 들인답니다.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이왕이면 광화문 광장에 역대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함으로써 후세들에게 그분들의 공적을 알리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올바르게 교육시킬 수 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광화문 광장은 이조시대의 광장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영원한 광장입니다.

 

조한승  김포사랑운동본부 이사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