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과 보금자리주택

이용성 경제부장 leey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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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 심상치 않다. 28개월째 오르고 있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말해주듯 주택경기 침체의 골이 한없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전세난을 뛰어 넘어 전세대란, 전세파동 조짐까지 엿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사정이 더욱 심해 전셋값 상승세가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양상이다. 치솟은 전셋값과 극심한 매물난에 떠밀린 서울 세입자들이 앞다퉈 경기지역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접근성이 뛰어난 군포시와 수원시는 올 상반기 전셋값 상승률이 각각 7.07%와 6.17%로 나타날 정도로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전셋값에 고통을 겪은 하우스리스 푸어(houseless poor:집없는 빈곤층)들은 근래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이중삼중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만간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집주인들이 금리인상으로 늘어난 금융비용을 세를 올려 해결하려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집없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렇듯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는 전세난의 주원인은 불투명한 부동산 시장 때문이다. 계속 늘어나는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또 한없이 위축돼버린 매수 심리가 실수요자들을 전세로 눌러 앉힌데다 도시재정비에 따른 이주수요까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전세난의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들어 한달에 한번꼴로 내놓은 각종 부동산대책도 규제완화와 거래활성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시장의 불신만 초래한채 전세 가격을 잡기는 커녕 오히려 상승을 부추긴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서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도입한 보금자리주택과 전세난의 연관 문제는 더 심각하다. 분양가가 비교적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은 분양대기자를 수없이 양산, 전셋값 상승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보금자리주택 당첨자도 입주때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도록 한 점이 전세수요를 늘려 전셋값만 크게 올랐다.

 

그동안 보금자리주택 지구가 발표될때마다 주택 수요자들이 매매를 기피하고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는 모습을 띄며 주택거래 실종과 전세난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분양 초기 주변시세의 70%였던 분양가가 최근 85%까지 높아져 내집 마련의 꿈을 가진 서민들에게는 ‘오르지 못할 나무’로 전락시켜버려 당초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도입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이 부메랑이 돼 전세난을 부추기고 서민들의 주거환경 안정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비켜가면서 정부의 주택정책에 서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다퉈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전세난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줄어드는 신규 입주물량과 건설경기 침체로 신규분양까지 줄고 있는 시점에서 거래활성화만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몇년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택 거래시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은 민간업체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주택공급의 주요축인 민간공급이 줄어들고 공공주택마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면서 전반적으로 주택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민간주택분양으로 눈을 돌려 민간공급을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는게 최선책이다.

 

상반기에만 발표한 네차례의 부동산·건설관련 대책들이 얼어버린 부동산시장을 녹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만큼 보금자리정책에 있어선 실현가능한 목표로 속도를 조절하고, 민간주택 분양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런 해법이나마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살 공간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수많은 하우스리스 푸어들의 심정을 외면해선 안된다. 극심한 전세난에 가로막혀 비상구가 없다고 아우성치는 집 없는 서민들의 목마름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용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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