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보육시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북유럽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대부분의 아동들이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을 다닌다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기준은 ‘집에서 가까운’ 것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멀더라도 더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국가들에서 아이들이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사실은 그만큼 보육의 질이 평준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국공립보육시설의 비율이 높고, 민간보육시설의 경우에도 국공립보육시설과 보육의 질 측면에서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한편, 북유럽 국가들의 보육제도를 살펴보면서 ‘아이’를 보육하기 위한 사회제도는 그 ‘부모’의 고용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특히, 보육시설의 운영시간은 부모의 근무시간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각국의 보육제도는 고용제도와 분리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갓태어난 아이’ 양육문제 봉착
‘0세아 보육’에 대해 생각해보자. 핀란드의 경우 아이가 태어난 후 최소한 약 10개월은 부모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문화’이다. 따라서 ‘0세아’가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스웨덴도 부모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기간이 480일이다. 이 기간 동안 영아는 부모가 직접 양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보육시설에는 12개월 이상이 된 아동들이 다닌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수준 또한 현실화돼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80%(390일간)와 정액제(90일간), 노르웨이의 경우 54주간 80%(44 주간 100%)이다.
이처럼 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촘촘한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나라에서는 ‘0세아’를 ‘보육시설에서’ 어떻게 보육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도 육아휴직 제도는 존재한다. 그러나 실효성은 매우 낮다. 교사 등 고용이 안정된 몇몇 직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결국 우리는 ‘갓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야간보육’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핀란드의 경우 부모가 대부분 오후 4시에 퇴근한다. 따라서 핀란드의 보육시설은 보통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모든 아이들은 오후 5시 이전에 하원을 한다. 노르웨이도 부모가 근무시간 이후에는 아동을 직접 돌보는 것이 일반적이라 야간보육시설이 거의 없다고 한다.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시간연장’ 보육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부모’의 시간외근무와 저녁회식 등이 일상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연장’ 보육은 중요한 관심사이다.
부모가 아이키울 수 있는 사회돼야
이러한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고용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다. 즉, 법정근로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일을 처리하고, 정시에 퇴근하고 ‘집으로 가서 아이를 돌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보육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0 세아’ 보육시설과 ‘시간연장’ 보육시설 등을 확대함으로서 부모가 직접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과연 어떤 방법이 아이들을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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