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 유용주

나무 한 그루의 아픔과

 

벽돌 한 장의 고통이 모여

 

힘이 됩니다

 

시멘트와 모래 자갈들의 상처가 모여

 

주춧돌이 되고 기둥이 됩니다

 

불과 물과 땀의 분노와 절망이 모여

 

튼튼한 옹벽을 구축합니다

 

목수와 철근, 미장과 설비와 전공들의

 

피와 뼈가 조화를 이루어

 

마침내 한 채의 집을 완성합니다

 

오오, 연탄 보일러의 따뜻함이여!

 

문풍지 사이로 마구 몰려오는 북풍한설이여!

 

집 한 채가 오롯이 서있는 것은 거기에 쏟은 일꾼들의 공력과 자연에서 생짜로 베어 넘겨 다듬은 나무와 불속에서 구워진 벽돌과 시멘트 모래자갈들의 아프고 쓰린 상처들이 모이고 모여 서로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분노와 절망이, 눈물과 한숨이, 피와 땀이 서로의 가장 아프고 힘든 곳을 받쳐주고 맞잡아줄 때, 집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힘겹게 완성된 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아무리 힘겨워도 집은 사람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은 집의 희망이다. 집은 사람을 품고 사람은 그 속에 깃든다. 비바람을 막아주고 추운 밤에도 함부로 주저앉지 못하는 집은 그리하여 또 사람의 희망인 것이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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