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대학 등록금을 절반으로 인하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알아보던 중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란 걸 알았다.
비싼 등록금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탄같은 충격인지 모르나, 보통 대학교의 경우 살아가기 위한 재원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을 보니 대학 재단은 1조원에 가까운 적립금을 쌓아둔 채 등록금만 자꾸 올리는 나쁜 집단으로 묘사되어 있다.
재단 적립금이 있는 사립대학(교)은 전체 300여개의 대학 중 47개에 불과하고, 독자들이 의아해하는 1조원 가까운 적립금을 가진 주체는 극히 일부 명문대학교의 경우에 불과하다.
그런데 등록금 논의가 진행되면서 사립대학은 남아도는 재원을 쌓아두고 등록금만 자꾸 올려받은 파렴치한 주체로 묘사돼 있다. 그렇지 않다. 등록금이 물가상승율만큼 인상되어야 대학의 재정운용이 가능한 것이며 재정운용이 가능해야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엉망이고 일자리도 자꾸 줄어드는 판에 대학이 적립금 보따리는 풀려하지 않고 학부모의 주머니만 털려해 서운하게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말씀드리고 싶다. 적립금이 있는 대학은 전체의 10% 남짓이다. 모든 부문이 성숙되었으니 이제 학부모께서도 등록금뿐 아니라 교육편익까지 함께 고려해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 500만원의 등록금을 냈음에도 300만원의 편익을 주는 대학에 핀잔을 주는 것은 좋다. 그런데 500만원의 등록금을 받고 1천만원의 교육편익을 제공하는 대학이라면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우수한 학생이 지방(서울 소재의 상당수 대학 포함)으로 눈을 돌리면 등록금 무료에 매월 일정액의 생활비까지 받아가며 공부할 수 있는 대학도 수두룩하다, 반값이 아니라 거의 공짜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기회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다 외면하고 세칭 명문대에 진학해 등록금만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교과부 등 정부부처에서도 등록금 규제에 앞장서지 않았으면 한다. 언론도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기사를 작성했으면 한다. 300개 넘는 대학·대학교의 교육내용이나 교육방식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왜 모든 대학과 등록금문제를 동일하게 접근하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모든 대학을 동일하게 다루려는 입장을 철회하고 등록금은 대학 자율에 맡겨주기 바란다. 그리고 반값 등록금을 제안하신 분께서는 자신의 지위를 걸고 이 부분에 대한 명쾌한 해명을 하고 넘어가셨으면 한다. 최영한 파주웅지세무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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