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상상버스가 뜬다

이제 뛰어난 기술 하나로만 고객을 사로잡던 시대는 지나갔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부분의 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난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을 더 따를 수밖에 없다. 하이테크의 산물인 MP3 플레이어에 음악을 결합시키고,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함을 제공해 준 아이팟은 기술 그 자체인 소니의 워크맨을 몰락시켰다. 통화기능 위주의 핸드폰에 다양한 콘텐츠 어플리케이션을 결합시킨 아이폰은 온 세상을 스마트 콘셉으로 바꾸면서 시장의 맹주였던 노키아를 침몰시키고 있다. 1995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검색엔진을 개발한 ‘야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진지 오래다. 그 자리에는 검색엔진을 이용한 ‘검색광고’ 사업으로 우뚝 선 구글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기존의 경쟁법칙들을 쫓는 ‘룰 추종’(rule follower)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보장 받을 수 없게 됐다. 콘텐츠 산업 분야야말로 창조적 혁신과 상상력에 의한 ‘룰 파괴자’(rule breaker)가 되어야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은 창의력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원하지만, 과연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얼마나 부합할까? 미국의 직업 종류는 2만개가 넘지만 우리나라 부모가 자녀에게 강권하는 직업은 불과 20개 미만이라고 한다. 학부모느 자신의 트라우마 속에 아이의 미래를 획일적으로 맞춰 넣으려 한다. 학교에서는 스펙만이 강조된 공산품 같은 인재를 양상한다. 공식을 줄줄 외워서 최대한의 속도로 진도를 빼는 한국식 교육법은 창의력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미래교육은 직접 보고 만지며 느끼는 체험교육이 중요하다. 다양한 재능과 분야가 융합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콘텐츠 세계의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8월,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의 ‘찾아가는 콘텐츠 상상버스’가 출범한다. 디지털 교실로 변신한 이 버스에는 다양한 기능성게임, 스마트TV, 3D 영상, 태블릿PC, 대화형 아바타 어플리케이션, 전자출판, 시뮬레이션 콘텐츠 등을 탑재했다. 스마트 기기를 탑재한 버스가 학교를 찾아가 ‘콘텐츠 상상교실’을 체험하도록 제공하고, 교육용 기능성게임 분야의 학교별 경진대회도 진행하게 된다. ‘콘텐츠상상버스’의 또 다른 임무는 디지털과 스마트 문화에 소외된 계층의 정보화 격차를 줄이고, 콘텐츠 나눔의 봉사활동을 하는 것.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정보격차에도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도의 ‘콘텐츠상상버스’가 1도씨의 자그만 동기를 부여해 우리나라 소프트파워가 100도씨로 끓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성열홍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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