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세상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위대한 하모니’
저소득층 청소년서 어리광 꼬마까지
147명 단원들 ‘하나의 소리’ 만들기 열정
양로원·병원서 음악봉사로 어울림 완성
“음악은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스승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말이다. 그는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음악 안에 압축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오케스트라에 참여해서 연주해보기를 권한다. 단원들은 다같이 하나의 소리를 내는 방법을 배우면서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상대방 말을 자연스럽게 경청하는 습관도 갖게 되고 팀을 이뤄 목표를 함께 달성하는 지혜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꾼 베네수엘라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꿈의 오케스트라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그 중심에는 오산 ‘물향기 엘시스테마 오케스트라’(단장 채수일)가 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1세대의 선구자이자 어린이 오케스트라 교육 체계를 완성한 수잔 시먼(Susan Siman)이 있다면 대한민국엔 오산 운암중학교 유해열 교사(52)가 있다.
음악교사 유씨는 6년 전, 운암중학교 발령을 받고 18명의 단원으로 ‘행복지킴 실내악반’을 구성했다. 지금의 물향기 엘시스테마 오케스트라의 시초인 셈이다. 시작은 반항기 넘치는 사춘기 아이들과 악기 연주가 처음인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유 교사는 악보 읽는 법에서부터 연주법까지 하나하나 가르치고 양로원과 병원 등으로 봉사 연주를 다녔다. 아이들 밥값과 베이스, 클라리넷 등 고가의 악기구입은 모두 유씨가 사비를 털어 조달했다.
“운암중학교로 오면서 음악으로 학생들 인성교육과 더불어 인생을 바꿔주고 싶었죠. 많은 사람들이 저보고 미쳤다고 했죠. 다들 실패할 거라고. 하지만 이젠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실력과 명성을 쌓아가고 있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둔거 아닐까요.”
유씨의 이같은 열정에 힘을 보탠이가 있가 있으니 바로 아내 권미준씨다. 권씨는 유방암 4기를 진단받고 항암치료 중이지만 쉬는 날 없이 단원들 피아노 레슨과 오케스트라 모든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6월 9일 오산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창단식을 겸한 창단기념 연주회를 가진 오케스트라는 현재 오산시에 소재한 36개의 초·중·고교 중 31개교의 학생 147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악기를 다루는 능력에 따라 정단원과 준단원, 예비단원, 멘토어머니 악기반으로 편성된 오케스트라는 한창 응석을 부릴 시기에 있는 초등생부터 대학 수능을 앞둔 고교생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를 다루는 ‘재능’과 ‘끼’를 가진 다양한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물향기 엘시스테마 오케스트라’는 음악교육을 통해 ‘어울림’을 추구한다. 악장과 파트장, 단원간 서열이 없다. 병마와 싸우는 단원일지라도 혹독한 연습에서 열외는 없다. 부잣집 아이, 가난한 집 아이 구분도 없다.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실력으로만 인정받는다.
단 10분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던 아이, 욕하며 싸우던 아이, 꿈이 없던 아이, 억지로 연주하던 아이는 현재 음악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다. 147명의 아이들은 양로원, 복지시설 등을 방문, 소외된 이웃들에게 음악을 연주하면서 나눔을 배우고 스스로 어울려 사는 세상을 터득해 나가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면서 아이들은 물질적으로는 가난해도 정신적으로 풍요해지고 있다. 꿈을 품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서로 어울림으로써 아름다운 하모니는 시작되고 있다.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사진=김시범기자 sb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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