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프랑스서 프랑스를 보셨나요?

올 휴가는 말 그대로 쉬면서 보내고 싶었다. 애들도 다 컸겠다, 굳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피서지엘 가지 않아도 되니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하는 그런 휴가를 보내겠다 벼르던 차였다. 하루 이틀은 좋았는데 셋째날부턴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파리바게트 빵집 광고를 들으며 불현듯 프랑스 문화를 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원서 한 시간이 채 안돼 도착한 서래마을, 마을 앞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그곳은 일반인들에겐 고급 빌라촌으로 인식돼 있다. 나 역시 많은 연예인들, 기업인들과 정계인사들이 살고 있다는 것, 프랑스 음식점과 프랑스식 노천카페, 와인 전문점이 즐비해 파리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는 등 하나같이 칭찬 일색의 소개글들을 종종 봐 왔다.

 

이수교차로에서 방배중학교까지 올라가는 ‘서래로’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마을은 1985년 한남동에 있던 주한프랑스학교가 이전해 오면서 자연스레 프랑스인 거주지로 발전했다. 서울 체류 프랑스인 1천300여명 중 420명이 산다니 ‘서울 속 작은 파리’ 라는 애칭이 과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런데, 이름만큼 프랑스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외국어 간판들이 이국적인 냄새를 풍겼지만 오래돼 보이는 철물점과 편의점들은 여느 거리와 다르지 않았다. 정통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곳도 그닥 눈에 띄지 않았다. 대개가 이탈리아식 음식점인 듯 했고, 한정식집을 비롯해 아시안 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들이 많아 오히려 ‘다국적 마을’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였다. 애초부터 프랑스를 다녀온 적도 없으면서 프랑스 문화를 접해 보겠다는 건 욕심이었다.

 

서운한 마음에 이튿날 목적지로 택한 곳이 가평에 위치한 쁘띠프랑스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데다 올 초 ‘시크릿가든’까지 인기를 끌어선지 연인이나 친구,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제법 북적거렸다.

 

쁘띠프랑스에 대한 첫 인상은 좋았다. 프랑스식 건물이라는데 여하튼 아담하고 예쁘다는 생각에는 절대적으로 공감이 갔다.

 

단지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수용하기에는 좁아 보였다. 야외 원형극장에선 프랑스 전통 손인형극이라는 ‘기뇰’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설명이나 안내장 하나 없이 내리쬐는 태양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성인 세 명이 인형을 들고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보는데 두통이 일기 시작했다. 볕을 피해 찾아간 전시실은 문이 확짝 열어젖혀져 있었고 내부엔 도자기 인형, 접시 등이 전시돼 있었다. 새 것 같지 않은 데다 조악해 보이기까지 한 전시물들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장소를 이동하니 좁은 공간에서 선풍기에 의지한 채 관객들의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화가의 모습이 보였다(물론 유료였음). 다시 계단을 오르니 대부분이 숙박동이었다. 관람객들과는 전혀 상관없이 임대사업을 벌이는 공간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에 기분이 팍 상했다.

 

단지 안 어디에서도 관람객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에어컨 바람이라도 쐴려면 ‘비스트로’라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야만 한다. 바로 옆 매점에서 싸지 않은 커피를 주문해도 매점 이용자는 입장할 수 없다는 문구가 식당 입구에 버젓이 걸려 있어 노상에 앉아 주인의 상술만 탓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홍보와 달리 프랑스 분위기나마 느낄 수 있는 곳도 영 눈에 띄질 않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생텍쥐베리의 대표작인 어린왕자를 콘셉트로 한 관련 전시물과 조형물을 위안 삼아 사진을 찍고 단지를 나서는데 들어갈 때와는 달리 입구에 가평군은 물론 경기도, 프랑스문화원 등이 후원한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눈에 거슬렸다.

 

적어도 서래마을에선 입장료 따윈 내지 않았다. 이국적인 풍경에 젖어 사진찍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기엔 8천원의 입장료가 싸지 않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열받는 건 여전히 나는 프랑스 문화를 모른다는 것이다.  박정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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