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라는 노래 가사가 아니더라도 시간의 흐름을 아침, 저녁으로 실감하게 된다.

 

도저히 물러날 것 같지 않던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고슬고슬한 시원함으로 바뀌어 피부에 와 닿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갈제라도 지내고 싶을 정도로 여름내내 내리던 비는 물러가고 그 자리에 파아란 하늘이 가득 들어온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은 벼에 오통통 살이 오르게 하고 사과에 단물이 가득 베어들게 한다.

 

가을 햇살 속에 영그는 들판을 상상하면 농부가 아니면서도 마음 가득히 기쁨이 밀려온다.

 

때를 따라 비가 내리고, 햇볕이 비쳐 그 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벗하여 살아가는 이치가 조금씩 가슴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가진 것이 없어도 마음 가득 풍요로움이 밀려오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파아란 하늘을 한웅큼씩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어진다.

 

이처럼 물질을 떠나 주위의 존재만으로도 마음 가득히 감사를 하게 된 것은 소망교도소 방문을 통하여 얻은 선물이기도 하다.

 

축축한 여름기운을 몰아내려는 듯 맹렬한 햇볕이 내려쬐던 8월 마지막 주 토요일, 아가페 소망교도소를 방문할 귀한 기회가 있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법과 관련하여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지만 ‘사랑’이라는 공통된 화두 아래 모인 사람들의 방문이었다.

 

‘교도소’라는 선입견과 달리 밝은 얼굴로 노래하는 수감자들을 바라보면서, 교도소의 벽이 몸을 가둘 수 있으나 마음과 영혼은 가두어 둘 수 없음을 깨달았다.

 

바른 삶에 대한 무수한 강론이 있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이 가슴 가득히 잔잔하게 밀려왔다.

 

배식된 식사를 자신의 방에 갇혀서 먹는 것과 너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감하며 먹는 것은 단순한 식사 방식의 차이를 넘어 인간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타인과 더불어 자신이 고귀한 존재라는 인식의 변화에 차이를 가져옴을 볼 수 있었다.

 

소망교도소 직원들은 수감자가 입소할 때는 물론 세상 밖으로 떠날 때에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한다.

 

가정에서 상처받고, 세상에서 치여 될대로 되라며 아무렇게나 살아왔던 사람들이 진심으로 자 신의 삶을 돌아보며, 서로 위로하고,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가지는 변화의 현장이 그곳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그곳에 자원하여 들어간 봉사자들과 소명의식을 가진 직원들의 사랑 덕분이었다.

 

진실로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존재이다.

 

이 가을에 내가 하는 일 속에서 존재감과 소명의식이 들판의 알곡들처럼 살찌길 기도한다.

 

조현욱 법무법인 도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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