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다

가을이 되면서 낮의 길이가 제법 짧아졌다.

 

날이 늦게 새고, 해가 빨리 기운다.

 

퇴근 후 뒷산에라도 다녀오려면 어둑어둑한 땅거미 길을 걸어야 한다. 하루는 여전히 스물네 시간이지만 줄어든 느낌이다.

 

하루는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다.

 

하루와 인생 팔십은 절묘하게도 그 비교가 맞아 떨어진다.

 

인생에 유아기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가 있듯이, 하루에도 동틀녘 아침 한나절 오후 황혼녘 한밤중이 있다.

 

하루 속에 낮과 밤이 있고, 빛과 어둠이 있고, 좋은 일 언짢은 일이 있고, 성공과 실패가 있다.

 

하루는 소중하다.

 

버나드 쇼는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엔 너무 소중하다’라고 말했다.

 

젊음의 소중함은 곧 하루의 소중함이다.

 

그날이 그날인 하루를 살면 자신의 인생에게 미안한 일이다.

 

고등학교 미적분 수업시간에 ‘인생은 순간(하루)의 적분이다’라는 명제를 생각해 내고, 이를 질문했다가 꾸지람을 들었다는 어떤 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거창한 목표 커다란 계획도 하루하루의 실천과 실행이 있어야 이루어짐이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며, 오늘 하루는 동그라미인지 세모인지 가위표인지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일을 반복해 볼 일이다.

 

커다란 계획도 잘게 쪼개서 실천하고, 나중에 합치면 마지막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영어 단어 3,000개를 외우려면, 미리 기죽지 말고 일년 학습량으로 쪼개 놓고 하루에 열 개씩 외우다 보면 어느덧 그 목표를 이루게 된다.

 

장님 네 명은 각자 따로 코끼리 더듬기를 하였지만, 나 혼자 스스로 코끼리의 동체를 더듬고 다리를 안아 보고 코를 만져보고 꼬리를 당겨보고 하다보면 마침내 코끼리를 말할 수 있게 된다.

 

하루는 매일매일 새로운 날로 태어난다.

 

오늘은 어제와 같은 하루지만, 어제와는 다르다.

 

마치 아침 태양이 매일매일 새로이 얼굴을 씻고 다시 떠오르듯이, 촛불이 밤새도록 그 자리에서 불 밝혀 타고 있지만 새로운 불꽃으로 타오르듯이, 하루는 항상 새날이다.

 

긴 인생 짧은 하루 말고, 짧은 인생 긴 하루로 살아가는 삶을 생각해 본다.

 

사람이 기계는 아니지만, 어제 흔들리는 하루를 살았다면, 오늘은 가지런한 하루를 살려고 노력한다.

 

오늘 준비하지 않은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면, 내일엔 계획을 지켜 나가는 하루를 살도록 다짐한다.

 

큰 계획 큰 그림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리고 신발 끈을 졸라맨다.

 

아직 밤 열두시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다.

 

김태석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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