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중심 식생활은 아름다운 문화유산

수확, 결실, 감사의 계절, 가을이다. 논에 누렇게 익어 가는 벼를 바라보면 풍요로움에 더하여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벼농사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어 자연스럽게 논을 중심으로 부락이 형성되었고 쌀은 우리 식문화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5천년 역사를 통해 때론 부의 척도와 가치교환의 수단으로, 때론 우리 민족의 생각과 생활을 대변하는 도구로써 생활의 일부가 됐다.

 

2009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는 전체 에너지의 36%를 쌀에서 섭취하고 있다. 식습관의 변화와 더불어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지금도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고 있는 식품이 바로 쌀이며, 밥 중심의 식생활이 국민건강 유지의 근간이 되고 있다. 쌀은 식품영양학적으로 양질의 탄수화물 급원식품이며 밥 중심의 전통식단은 식물성과 동물성식품의 비율과 에너지의 구성비 등이 적절한 영양균형 식단으로 비만과 암 등 현대인의 생활습관병 예방에도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국민의 비만율이 3.5%로 미국(34.3%) 등 다른 OECD 국가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것도 밥 중심의 식생활 덕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에서 듀크대학교의 Key 박사가 육류 식생활에 대비한 밥 중심 식생활의 다이어트 효과를 응용한 ‘Kempner’s Rice Diet’를 개발·운영하였고 일본에서 ‘스즈키 쌀 다이어트’가 유행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최근에는 ‘삼광’, ‘칠보’, ‘호품’ 등 최고의 밥맛을 지닌 쌀을 비롯하여, 사람에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많을 뿐 아니라 밥맛도 최고 수준인 ‘하이아미’가 김포를 중심으로 학교급식 등에 활용되고 있다. 그 외에 우리 국민에게 부족한 칼슘, 칼륨 등의 무기질이 많은 ‘고아미4호’,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고아미2호’ 등 기능성을 지닌 각 종 맞춤형 쌀이 개발되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쌀의 가치와 밥 중심 우리 식단의 우수성이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우리 쌀의 이름(품종명)에 대한 인지도마저 아직 미약하다. 그렇지만 쌀에 관한 한, 우리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 연구인력 및 생산기반 등을 완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쌀을 생산하고 있다. 아무리 식생활패턴이 변한다 해도, 지난 세월처럼 미래에도 역시 ‘쌀과 밥 중심의 식생활’은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우리 국민과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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