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간이’를 위한 교육혁신

얼마 전 우리 대학에서 교수법과 학습법 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직원으로부터 인도 영화 ‘세 얼간이(3 Idiots)'를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추천받은 적이 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지난 연휴 때 우연히 이 영화를 발견하곤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세 얼간이’는 영화 시작부터 나를 몰입하게 하였다. 공과대학 그것도 기계공학과 학생들이 주인공인데다가 인도의 대학교육 현실이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흡사하게 그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도에서도 천재들만 들어간다는 명문 공과대학에 입학한 세 학생이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일류 직장에 취업해야 한다’만을 최우선 교육철학으로 삼는 대학과 교수에 도전하면서 결국은 그들이 원했던 분야로 진출하여 진정한 승자가 된다는 줄거리다.

 

강요된 선택에 몸부림치며 저항하고,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할 때 서로 격려하며 마침내 뜻을 이루어 가는 그들. 이러한 행동은 우리도 알고 있고 또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나,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리 대학교육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한 학계에서도 많은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큰 틀에서의 대학개혁을 포함한 융합?통섭학문이나 인문학적 소양의 계발 강조, 현장에 바탕을 둔 창의적 설계 등 자기주도적 학습의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교육현장에서의 실천이다.

 

의사나 법조인만이 최고라는 학부모의 의식, 최근 개선되어 가고는 있지만, 대학서열이나 스펙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기업의 직원채용 관행,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오직 직장의 장래 안정성만 추구하는 학생들의 단견, 여기에 기존교육의 틀 속에서 안주하는 교육계의 풍토 등 이러한 모든 것들이 변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얼간이’를 키워낼 수는 없다. 상황이 이럴진대 4년 재학기간 동안 스펙 쌓기에 전념하고 있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얼간이’가 되라고 말할 용기는 차마 없다.

 

이제 우리 모두의 고정관념과 거대한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에 방울을 달 수 있는 또 다른 ‘얼간이’의 출현이 필요한 시점이다. 10초 만에 만들어낸 기막힌 발명품으로 선배를 기겁하게 한 왕초 ‘얼간이’, 위기에 처한 임산부와 새 생명을 위해 정전상태에서도 강의실 물품들로 순식간에 출산 보조품을 만들어 내던 ‘얼간이’, 최고의 과학자로 성공했으나 2세 ‘얼간이’를 기르고자 교단에 선 원조 ‘얼간이’, 그런 ‘얼간이들’을 우리 현실에서 만날 수 있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박동삼 인천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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