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게 길을 묻다

이제 와 새삼스러운 고백은 아니지만, 졸업식 전날 자퇴하여 나는 졸업장이 없다. 졸업장에 매달리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우리 사회의 관행상 여러 가지로 제약을 받았다.

 

이번에 ‘세종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처음 하게 된 고백이지만, 한때 홍익대학교로부터 총장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마지막 단계에 가서 나는 총장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때까지 치열한 경쟁자였던 다른 한 분을 추천했다.

 

대학 졸업장이 없어서 남들처럼 순탄한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웠다. 기존 관행과 결별함으로써 새로운 만남의 의미를 되새겼고, 철저히 자립함으로써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부는 학력파괴의 바람을 보면서 나는 또 다른 배신과 자괴감을 느낀다. 나 자신의 인생과 지금까지 내 곁을 지나간 많은 사람의 면면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역시 안 배운 놈이 배운 놈보다는 못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말 괜찮게 생각했던 초등학교 출신의 한 사업가가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의 이윤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이었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아 오히려 더 본능에 충실했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문제는 최소한의 도덕적인 기준도 모른다는 것과 세상을 사는 기본 도리가 서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바로 학교가 학문만 익히는 곳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학교라는 한 공간에서 어울리면서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나와 남과의 관계를 익히고 공동체의 의무와 책임을 배우기 때문이다.

 

물론 결론은 사람이다. 사람 나름이다. 배움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담는 인성이었다. 옛날에는 학교에서 이를 확실히 가르치고 있었는데 지금 학교에서는 별로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서울의 전 현직 교육감들이 줄줄이 형무소를 가 이제는 교육도 믿을 만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아니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역할과 제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냥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감을 지시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바다를 그리워하게 하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우리 시대에 새로운 교육의 창조가 필요하다면 ‘창조의 바다’였던 세종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려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왕이 되어서는 지극정성으로 백성을 하늘처럼 섬겼던 세종을 오늘에 되살리면서 오늘도 한 번쯤 ‘세종에게 길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이청승 경기창조학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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