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놀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개발연대 이래 최근까지 우리네 놀이의 대표주자였던 고스톱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 대신 게임의 열풍이 드세다. 통계에 따르면 게임을 통해 여가생활을 즐긴다는 국민이 20%를 웃돈다. 게임의 유저는 2천 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10여년 만에 대중문화의 실세가 된 것이다. 40~50대 이상은 잘 모르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지만 게임은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젊은 층 놀이의 필수품이며, 소통의 핵심 미디어이다. 지난 날 기성세대들이 고스톱에 탐닉했던 것처럼 그들은 게임을 사랑하고 몰입한다.
게임놀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고, 바늘에 실 가듯 인터넷이 있는 곳마다 있다. 인터넷 없이는 못 사는 신생인류 호모 인터네티카에게 게임은 비타민 같은 영양소이자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했던 제2의 삶을 가상현실 속에서 마음껏 누리게 해준다. 가장 값 싸게 현실을 떠나 또 다른 현실을 휘젓고 다니게 해주며 마음껏 웃게도 울게도 해준다. 지금까지 그 어느 세대도 누려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방식이 전개된 것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신참 문화 게임 때문에 골프처럼 잘 나가는 스포츠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 2008년 세계 게임산업의 크기는 약 1천19억 달러이고, 지난해 우리나라는 약 14억 달러어치의 게임을 수출했다. 올해 국내 게임산업은 영화산업규모의 3배를 넘어서 9.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임의 주가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게임산업을 통해 수천억원대 신흥갑부가 많아지고, 2조원 내외의 재산을 형성한 게임부호들이 등장했다. 세계의 IT산업의 이니셔티브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게임산업의 위상은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요즘처럼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젊은 실업이 심각한 때 게임산업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좋은 정책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 미디어로서 그리고 콘텐츠 산업으로서 게임의 위상은 높아지고 덩치는 나날이 커져 가고 있다. 게임이 몰고 온 변화는 커다란 사회적 긴장과 갈등 또한 불러 오고 있다. 너무나 재미 있고 위력이 크며 산업적 비중이 급격히 커져버려 게임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보인다. 모든 놀이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인데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부정적이다. 공부 안 하는 책임은 물론 모든 청소년 사건사고의 일방적 원천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키고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스럽다. 신참 놀이라서 텃세를 필요 이상으로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심화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게임은 문화적으로 산업적으로 더 중요해지며 필수불가결한 삶의 동반자가 될 수밖에 없다. 게임의 실체를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이해하면서 커진 덩치를 용인하고 맞는 옷을 입혀야 한다. 게임 만드는 사람, 하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가 거북하지 않고 편하도록 판을 고쳐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문화현상을 몰이해하고 일방적으로 터부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통을 외면하는 것은 미련스러운 일이다. 게임을 신세대 대중문화의 적자로 인정하고,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토록 하자. 우리 문화영토를 넓히고 세계적 산업의 주역으로 키워 나가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게임에게 친구의 손길과 같은 따뜻한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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