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공중파 코미디 프로그램 중 ‘애정남’이라는 코너를 즐겨 보고 있다. ‘애정남’ 개그맨팀은 이미 검찰에까지 초청을 받아 특별시연을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리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매한 것들에 대해 촌철살인의 재치로 명쾌하게 구별하거나 정의해 주는데, 단순한 웃음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을 직시하게 하는 묘미가 있다.
말이 애매한 경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말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애매한 경우도 있다. 사람은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 말을 한다고 하지 않던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의뢰인을 신뢰해야겠지만, 혹여 의뢰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별하려고 노력한다. 수임단계에서 의뢰인의 말과 증거를 대조해 보고 가능한 한 정직한 판단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의뢰인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50대라고 보기 어려운 미모의 부인이 50대로 보이는 남자와 같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 부인은 이혼을 원하지만, 남편이 응해주지 않고 있다며, 남편과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하나도 없고 평생 남편이 일하지 않고 자신이 벌어서 먹여 살렸으며, 각방 쓴지 7년이 되었다며 이혼을 하게 해 달라고 하였다. 나는 자꾸만 옆에 있는 50대 남자가 마음에 걸려 누구냐고 물어보자, 사촌오빠라고 하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돌려서 질문하기를, 혹시 남편이 역으로 부인의 흠을 잡는다면 어떤 것이 있겠느냐고 넌지시 물어보자, 전혀 없다고 하였다. 남편에게 의처증 같은 것이 있느냐고 하자, 맞다며 마치 나를 용한 무당 보듯이 보았다. 사촌오빠라는 사람은 혹시 이혼이 안 될 수도 있느냐며 과도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경험상 재판상 이혼사유 여부와 관계없이 일방이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여 이혼상담을 할 정도면, 상대방도 이미 어느 정도 이혼을 각오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가사사건의 70~80% 정도는 당사자 합의에 의한 조정절차로 사건이 종결되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상대방이 이혼 못하겠다고 끝까지 고집하지 않는 이상 실무에서는 재판상 이혼사유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으로 이혼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설명을 한 후, 일단 이혼소장을 접수해 보기로 했는데 상대방이 전혀 응하지 않아 화해권고결정으로 사건은 쉽게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소문에 의하면 그 사촌 오빠는 다른 사무실에서 비슷한 시기에 이혼했고, 현재 둘이 같이 살고 있다고 한다. 애정남은 사촌오빠와 내연남을 어떻게 구별할까? 김정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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