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이 무엇입니까?

가끔 제자들이 방문하거나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좌우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의 생각과 삶에 대한 가치관 그리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정하고 그 실천적 과제를 좌우명으로 삼게 된다.

 

국내외 잘 알려진 유명인사 들에 대한 좌우명이 익히 알려져 있다. 일례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베토벤의 “훌륭한 인간의 두드러진 특징은 쓰라린 환경을 이겼다는 것이다”, 미 태통령 닉슨의 “인간의 죽음은 패배했을 때가 아니라 포기했을 때에 온다” 등 좌우명을 정해놓고 살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보편적으로 좌우명은 자신의 성장과정 그리고 삶에 대한 환경적 요소를 배경으로부터 나오게 되고 또 그 좌우명을 통해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게도 초지일관(初志一貫)이라는 좌우명이 있다. 모든 부모가 그러듯 자식은 부모 말 잘 듣고 몸 건강하게 공부 잘하면 최고의 자랑거리일 것이다. 나 또한 평범한 학생으로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는 마음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유도를 접하고 초지일관으로 여겼던 유도에 매료되어 가면서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부모님이 내게 각별하게 늘상 강조하셨던 말씀 가운데 하나가 “한 우물을 파야 물이 나온다”는 가르침이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그 가르침을 통해 처음의 목표를 세우면 중간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초지일관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좌우명이 되었고 사람들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초지일관’이라고 대답한다.

 

초지일관의 사전적인 의미는 처음에 세운 뜻을 이루려고 끝까지 밀고 나감이라 풀이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큰 각오로 계획을 세우고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넘치는 패기와 높은 이상이라도 그것이 한 때의 마음으로 끝난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처음의 시작은 약하고 미비할지라도 초지의 마음이 꾸준히 지속되면 먼저는 자신을 바꿀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 중 어떠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려면 그 분야에 1만 시간 이상을 초지로 일관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 만큼 초지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관의 마음과 또 실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첼리스트도 하루만 연습하지 않고 쉬어도 그 다음 날 첼로소리가 자기의 것이 아닌 것으로 들린다고 한다 유명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한 동작의 점프를 익히기 위해 무려 1~2만번의 반복적인 연습을 해야 자기의 것으로 습득되고 대회 때 연습했던 동작이 가능하다고 하니 이것 한 가지만 보더라도 뜻을 세우는 것 이상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처음의 웅대한 뜻을 끝까지 가져간다면 실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라고 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알려진 한명회는 성종 임금에게 “처음에는 부지런하나 끝에는 게으른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지라 임금께서는 마지막 삼가기를 처음과 같이 하소서” 라 간하였다 한다.

 

나는 지금도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먼저 ‘뜻’을 세운다는 마음을 갖는다. 우리의 옛 가르침에 시작이 좋으면 나중도 좋다고 했다. 좋은 뜻을 가지고 시작하고 그 뜻을 굽히지 않는 일관된 마음과 노력의 중요성을 일컫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에겐 좌우명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생을 사는 동안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관 그리고 스스로의 책임의식을 지닌 자신과의 약속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날 찾는 제자들에게 잊지 않고 해주는 말 중에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고 또 바람직한 인생의 가치관을 위해 스스로의 약속을 세우라는 의미에서 좌우명을 가지라고 일침한다.

김정행 용인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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