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는 구조조정, 반값 등록금 요구, 각종 감사 등으로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지난 1일 발표된 일부 학생들의 ‘대학거부선언’이다. 대학을 자퇴하거나 진학을 포기한 그들은 입시위주의 교육과 취업학원으로 변질한 대학교육을 거부하며 무한경쟁과 주입식 교육 반대, 등록금 인하를 위한 교육예산 확보 등 ‘대학거부 8대 요구사항’도 함께 발표했다. ‘오로지 명문대라는 한 길만을 강요하는 교육, 수능과 입시라는 거대한 서열화의 장, 대학으로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는 대학중심사회, 학벌사회의 폭력을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거부선언이 젊은이들에게 또 우리 국민에게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한편 걱정되기도 한다. 그들의 부모님들조차도 그들을 진정 이해해 줄 수 있을지….
최근 유명을 달리한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을 만들어낸 마크 저커버그는 모두 대학을 중퇴했다. 넓은 의미로 볼 때 이들은 대학거부를 선언한 선지자들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의 부모들도 그런 자식들을 믿고 오히려 격려해주기까지 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모습이다.
2010년 교육통계에 의하면 국내 고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은 79%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는데, 일반계 고교 졸업자는 81.5%로 더 높게 나타났고 특히 특성화고(전문계고) 졸업생들조차도 71.1%가 대학에 진학했다.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의 대학진학률이 50% 안팎임을 볼 때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높은 대학진학률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학이 너무 많아 의지만 있다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과 실제적인 능력과는 상관없이 일생동안 학벌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에 진학한 우리 학생들은 금방 사회현실에, 대학교육에 절망한다.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정부의 정량적 기준에 의한 대학평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학의 어려운 사정도 있지만, 대학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최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 한 축사에서 ‘지금 여러분의 짐과 아이디어를 싸서 여기를 떠나십시오, 자퇴하십시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십시오’라는 말을 남겼지만, 오늘 ‘대학거부’를 선언한 우리 젊은이들은 단순히 대학을 떠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더 큰 각오로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소수이지만 그들의 용기와 도전에 희망을 걸어본다.
박동삼 인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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