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집을 경기으뜸 맛 집으로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부르는 것은 왠지 맛이 밋밋하고 싱거운 듯한 느낌으로 영 아니다. 이러한 서민 정서를 반영한 결과였는지 얼마 전 국립국어원에서 짜장면, 택견, 먹거리를 포함한 우리 입과 귀에 친숙한 39개 일상용어를 표준어로 인정하는 큰 변화가 있었다.

 

짜장면은 2006년 정부가 뽑은 한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과 더불어 정부의 물가중점관리 52개 품목 중 식당음식으로 유일하게 포함되어있는 대표적 친서민 음식이다. 짜장면 가격만으로도 과거와 현재의 물가 상승을 비교할 수 있다고 한다. 최초로 기록된 1960 년대 짜장면 가격은 15원, 88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도 700원, 2010년 4천원 등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그 시대의 물가 실태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해온 음식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련한 어렸을 적 옛 추억에도 졸업, 생일 등 특별한 날에 제일 가고 싶고 먹고 싶었던 것은 우리 동네의 제일 큰 중화요리집인 태화루 짜장면이었다. 손으로 수없이 치대 가닥가닥 뽑던 짜장면 면발은 얼마나 쫄깃 거리던 지, 거기에 얹어진 걸죽한 짜장은 돼지고기 중 비계부위를 많이 넣어서 기름이 잘잘 흐르고 고소했다. 먹을 게 흔치 않은 시절이던 당시에는 느끼함 보다는 어찌나 입에 쩍쩍 붙던지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똑같은 맛을 느껴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입이 고급이 되었는지 아니면 짜장면 맛이 변했는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 먹던 그 맛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것 같다.

 

중화요리인 짜장면이 처음 소개되었던 개화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맛으로 거듭나기 까지는 수많은 진화의 과정을 거쳤으리라 짐작된다. 지금에서는 왠지 중국에서 유래된 음식의 개념은 거의 퇴색되어진 것 같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중국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데 첫 도착지인 대련을 거쳐 목적지인 연변까지 차를 빌려 직접 운전하면서 가는 동안에 짜장면을 맛보려고 음식점을 기웃거리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여행지역이 사천이나 북경처럼 중국 유명 맛집이 밀집되어있는 곳은 아니라고 알고 있었지만 짜장면 비슷한 맛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12월 제1회 경기음식페스티벌을 킨텍스에서 크게 벌인 적 있었는데 경기대표음식 발굴 요리경연대회 진행 중 누군가가 ‘경기도를 대표할 만한 전통음식이 있나?’라고 의문을 던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기도는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여건으로 전국팔도 농수산물이 도내 전역에서 모두 생산될 뿐만 아니라 음식을 포함한 문화의 교류가 실크로드처럼 전달되는 지역적 특성때문에 거의 모든 지역의 대표음식이 고루 발달돼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맛 고을로 잘 알려진 개성이 경기도에 속하였던 남북분단 이전을 제외하고는 경기도 음식은 그리 유명하거나 전국을 대표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경기도 식품안전과에서는 2005년을 원년으로 경기도를 대표할만한 음식점과 특색있는 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현재까지 의정부 부대찌게 명물거리 등 17개 음식문화시범거리를 조성했고, 맛과 위생이 뛰어난 130여개소의 경기으뜸맛집을 지정, 홍보해왔다.

 

친서민 음식으로 대표되는 짜장면 전문 중화요리집이 경기도를 대표할 만한 전통과 향토색이 짙은 경기으뜸 맛집에 선정 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짜장면을 포함한 중화요리 대부분이 이미 토착화, 퓨전화 되어 글로벌 음식으로 인식되어지는 부분을 감안한다면 이들에 대한 경기으뜸맛집 지정도 고려해 볼만하다. 나아가 대부도 바지락 등 도내 대표적 농수산물을 식재료로 많이 활용하고 경기인의 정서가 잘 녹아든 가칭 ‘경기짜장면’의 브랜드 개발을 염두에 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왕영애 경기도 식품안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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