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유품없이 기념공원 조성에 수십억 투입 “천경자 미술관도 작품 확보 못한 채 무산” 우려
양주시가 독립운동가인 조소앙 선생 생가를 복원, 기념공원을 조성하면서 정작 유품은 거의 확보하지 못해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기념공원이 ‘속빈 강정’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시는 지난 2007년 천경자 미술관 건립 과정에서도 작품은 한 점도 확보하지 못한 채 설계변경만 거듭하다 수억원의 설계비만 날린 뒤 무산된 전례가 있어 주민들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23일 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09년부터 국·도·시비 등 42억7천여만원을 들여 남면 황방리 214의 7 일원 1만864㎡에 조소앙 선생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내년 말 준공될 예정인 기념공원에는 조소앙 선생 생가가 복원되며, 전시실과 동상, 산책로 등도 들어선다.
시는 이 곳을 초록지기마을, 생태연못, 감악산, 생태승마공원 등과 연계해 역사·문화관광 테마벨트로 만들기 위해 지난 1월 7억4천여만원을 들여 대상 부지를 매입한 뒤 기념관 기본설계를 마치고 지난 4월부터 부지조성공사를 벌이고 있다.
기념관 건립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시는 지난 7월 유족 및 삼균학회(조소앙 선생 기념사업회) 등과 유품을 기증받기 위한 간담회를 수차례 개최했으나, 유족 측의 반대로 조소앙 선생 관련 유품을 한 점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유족과 삼균학회 측은 “조소앙 선생이 김구 선생보다 훌륭한 인물임에도 그동안 국가로부터 홀대받아왔다”며 “서울지역에 조소앙 선생 기념관이 건립되면 그 곳에 유품을 기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와 조소앙 선생 기념공원 추진위원회은 유족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유품의 복사본을 확보해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민 최모씨(39)는 “유품 진품은 하나도 없이 복사본 만으로 채워진 기념관은 기념관이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기본적인 유품 확보조차 하지 않고 착공한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삼균학회 등의 반대로 유족들이 소장한 유품을 기증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유품을 내놓는 소장자들이 많고 독립기념관 등에도 영상자료 기증을 요청한 상태여서 자료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양주=이종현 기자 major01@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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