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오래 살다 보면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예와 지금과의 차이를 느끼기도 하고 또 외국과 우리나라의 다른 모습을 비교해 보기도 한다. 예전에는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한번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비싼 진료비 때문에 논·밭을 팔거나 큰돈을 빚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환(憂患)이 도둑이다’ 라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제도가 생긴 이후로 의료비가 저렴해져서, 이제는 누구나 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OECD의 일원이 되었고, 무역규모가 세계 10위안에 들게 되고 각종 운동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으며 또한 문화, 예술 면에서는 한류가 세계로 넘쳐 흐르고 있다. 많은 사람이 국격을 논하고 있다. 국격은 국민의 품격과 예절, 질서의식과 준법정신, 남을 배려하고 돕는 마음 등이 함께 어우러질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과거에 일본여행 때 경험한 일이다. 열차를 타고 가는 길인데,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두 명이 탔다. 여행도중에 식사시간이 되어 도시락을 가방에서 꺼내어 먹고 과일과 음료수까지 다 먹고 난 후, 그들은 음식 찌꺼기와 음료수 빈 캔을 모두 휴지에 싸서 자기 가방에 넣고 음식 먹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열차의 안쪽좌석에서 복도로 나갈 때와 다시 좌석으로 들어갈 때 발을 쳐들지 않고 신발 바닥을 객차 바닥에 대고 끌면서 나가고 들어왔다. 자기 신발이 다른 사람의 바짓가랑이에 닿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그들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 라고 하는 그들의 가정교육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한국사람은 고맙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에 매우 인색한 것 같다. 길가다가 누가 길을 물어, 가던 길을 되돌아가면서까지 그를 안내하여 그가 찾는 곳을 친절히 가리켜 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이 표연히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있다. 또 길을 걷다가 발뒤꿈치를 밟혀서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면, 밟은 사람이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뭐 그딴 일로 뒤돌아 보고 그래” 하는 식으로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곤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고, 한국인이 만든 제품이 세계도처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으며, K-POP이 지구촌을 열광시키고 있다. 그러나 세계가 한국을 배우려 하고 세계인이 한국인을 존경할 때, 한국의 국격도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김현승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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