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은 글자 그대로 대학에서 학문할 수 있는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해 사실 인식 능력, 추리·상상적 사고력, 분석과 종합 능력, 비판 능력과 같은 고등정신능력이 측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개념을 확실히 알아야 하고, 많은 독서를 통해 사고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수능시험은 우리나라 교육을 획일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가르치는 내용도 학교 여건이나 학생의 소질, 개성과 관계없이 똑같아야 한다.
수리영역의 일부 단답형 문항을 뺀 모든 문항이 선다형 문항으로만 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선다형 문제 풀이는 물음에 대하여 내가 직접 대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남이 만들어 놓은 대답 중에서 가장 그럴 듯한 것을 고르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살이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이 세상은 문제로 가득 차 있어서 매순간 내가 스스로 모든 판단을 내리고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수능시험이 아이들의 미래에 핵심 역량이 될 창의력을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창의력은 자유롭게 상상을 펼치고 문제에 도전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 독서와 함께 다양한 체험활동과 토론, 관찰,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언어와 방식으로 체계화시키는 경험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러나 조건에 맞는 딱 하나의 정답을 찾는 수능시험은 창의력을 평가할 수도 없고,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을 조장하지도 못한다. 아이비리그와 같은 외국의 대학교로 진학한 우리 아이 중 40% 이상이 중도탈락을 한다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한다.
이러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입학사정관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확대시키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 초중등학교에서의 평가 방식을 창의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빨리 바꾸어야 한다. 평가 시기도 학기 중간, 학기말로 고정하지 말고 수업시간에 과제를 수행하는 학생들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시험도 보면서 평가를 해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내외로 줄여서 이런 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평가 결과와 자기 실력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김국회 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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