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의 인물이요, 이성계를 도와 새로운 가인 조선을 개국한 일등공신인 삼봉 정도전의 위대한 업적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도전은 고려 말 피폐한 백성의 삶을 구휼하고자 새로운 국가를 구상하게 되고, 이성계와 손을 잡아 유교를 근간으로 한 민본주의(民本主義) 국가인 조선을 개국하게 된다.
특히 정도전은 유학의 대가로 조선 개국 후 군사, 외교, 성리학, 역사, 행정을 총체적으로 담아 조선의 통치이념을 세운 ‘조선경국전’과 ‘경제문감’을 저술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초기의 건국 작업에 활약했다.
하지만,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한 사극에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전면에 나서 반대한 세력이 삼봉 정도전과 깊게 연관된 것으로 묘사됐다.
TV 드라마를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자주 대하게 된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철저히 고증하여 대본을 써야 함에도 상식을 벗어나 극도의 반전과 긴장감을 주기 위해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70~80년대 안방극장을 통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임진왜란이나 이순신 관련 사극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삼봉 정도전이 조선개국공신으로 불리듯 충무공 이순신을 임진왜란에서 큰 업적을 남긴 구국의 명장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성웅 이순신을 중심으로 한 사극을 제작하다 보니 반대급부로 원릉군 원균 장군을 권모술수에 능한 비겁한 장수로 묘사해왔다.
역사적 사실로는 권율과 이순신, 원균은 임진왜란에서 가장 큰 공적을 세운 선무일등공신으로 교서까지 받았던 명장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종 사극을 통해 원균의 용맹함이 재조명되고, 이순신과 더불어 전쟁에서 맹활약했던 사실이 부각되면서 원균 장군에 대한 해석과 재평가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원균 장군이 최후까지 싸우다 전사한 칠천량이 위치한 경상남도 거제시는 ‘칠천량해전기념공원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원균 장군의 종중인 원주원씨대종회를 찾아와 야사로 전해 내려오는 칠천량해전사를 정사에 입각해 재조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역사를 시대에 따라, 사관에 따라 유불리를 판단해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잣대에 쐬기를 박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일과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TV 앞에 앉아 드라마나 사극을 시청하는 국민에게 시청률에 앞서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또 다른 역사 왜곡을 막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 용 원 경기도문화원 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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