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호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A회사의 직원인 L씨는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여 A회사의 B은행계좌에서 C회사의 B은행계좌로 거래대금 1억 원을 송금하려다가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여 이름이 비슷한 D회사의 B은행계좌로 송금하고 말았다.
그런데 D회사는 몇 달전 부도가 나서 폐업을 한 회사로서, D회사 계좌는 대출금 1억 원의 연체를 이유로 B은행으로부터 지급정지된 상태였는데, D회사로 입금된 돈은 입금됨과 동시에 B은행이 회수했다.
L씨는 몇 주일 후 잘못 송금된 사실을 알고 B은행으로 가서 D회사로의 송금을 취소하고, 금 1억 원을 돌려달라고 사정하였으나, B은행은 이를 거절하였다.
이 경우 A회사는 B은행을 상대로 위 금 1억 원에 대한 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까?
필자 역시 어릴 적에 용돈이 떨어지면 어느 부자가 ‘선의’로 내 계좌에 거액을 입금하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아직까지 그런 자비를 베풀어준 산타클로스 같은 귀인은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러한 즐거운 상상은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그러나 위 즐거운 상상은 ‘착오’가 아닌 ‘선의’로 자비를 베푼 경우에만 유효한 것이다. 만약 자신의 계좌에 들어온 돈이 ‘선의’가 아닌 ‘착오’로 이루어진 것이라면(거의 대부분이 이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그 즐거움은 그 순간으로 그쳐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 계좌에 잘못 입금된 돈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한 이득이므로 민사상 송금인으로부터 반환청구를 당할 수 있으며, 이를 함부로 사용하면 형사상 횡령죄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사안과 같이, A회사가 착오로 잘못 송금하였는데, 현실적으로 수취인인 D회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일 경우, 직접 수취은행인 B은행을 상대로 잘못 송금된 돈을 반환하여 달라고 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심정적으로는 B은행이 결과적으로 송금인인 A회사 직원의 실수로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B은행에서 이를 A회사에게 되돌려주었으면 좋겠지만, 법적으로는 A회사가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상대방은 D회사일 뿐이며, B은행을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A회사가 아무런 법률상의 원인없이 D회사의 B은행계좌에 잘못 송금하였다고 하더라도, D회사는 일단 B은행에 대하여 송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B은행으로서는 잘못된 송금으로 인하여 어떠한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B은행이 부도난 D회사의 계좌로 잘못 송금된 돈을 연체된 대출금으로 회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B은행과 D회사간의 별도의 법률관계에 기인한 것이므로, 이를 가지고 B은행이 법률상 원인없이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A회사는 D회사가 아닌 B은행을 상대로 잘못 송금된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결국 A회사는 잘못 송금한 금원을 회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것인바, 현재로서는 본인이 송금시에 더욱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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