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영국의 저명한 예술경영학자인 골드스미스 대학교 제럴드 리드스톤 교수와 서울 한 아트센터의 재즈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공연이 끝난 후 간담회 자리에서 그는 공연장에 젊은 층이 많이 온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다. 필자도 외국 공연장을 가보면 은퇴한 노년층이 많이 관람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무척이나 까다로운 관객이다. 제한된 비용에서 공연비를 지출하는 만큼 많은 검색과 고민을 통해 관람할 공연을 선택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높아지고 노령 인구들의 증가와 경제적인 양극화 심화 현상의 문제점, 그리고 소외되고 있는 노년층들의 고독사(孤獨死) 문제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더욱이 사회에서 소외되는 있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고독감을 호소하는 연령의 범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이렇게 대두하는 사회문제를 지역의 아트센터가 문화 복지의 영역에서 어떻게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트센터를 찾는 고객들의 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을 노년층이 두텁고, 국민연금제도가 앞서 있는 외국의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공연 외에도 전시, 예술교육 등에도 적극 참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역의 살롱으로서 아트센터가 그 기능을 하고 있었다.
일본의 사이노쿠니사이타마예술극장에서는, 쉰다섯 이상의 노인들로 이뤄진 노인극단 ‘골드 씨어터’를 만들고 이들과 지속적으로 연극작업을 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예순 일곱, 극단원의 최고령은 여든셋이다. 일본 전국 각지에 몰려든 천이백 명 중에서 사십팔 명을 선발했으며, 큰 주목과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본이 고령자 문제에 높은 관심을 두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노년층의 관심이 폭발한 것이 성공한 요인이었고, 그 중심에 지역 공공 아트센터가 기획적인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독의 시대에 아트센터가 해결사로서 자처했다는 것이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여 화제가 되었던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청춘합창단’의 감동도 이러한 저변의 ‘삶과 의미와 보람’의 공감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아트센터도 2012년 임진년을 맞이해, 잔디마당의 공간을 활용해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을 실천하면서, 노년층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지역 살롱으로서 아트센터 참여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이것 또한 공공 아트센터에서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해 본다.
조 경 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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