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매년 이맘때면 3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 학교가 바쁘다. 특히 이동을 앞둔 교원들은 어느 학교에 자리가 비는지를 알아보느라 동분서주하다. 하지만, 마땅히 옮길 학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교과교사들이 있다. 도덕을 담당하는 교사들이다.
한때는 도덕 교과가 국책교과로 인식되어 교과목 순위에서 1위에 놓여 있었다. 분단된 국가 현실을 직시하여 이념교육을 강화하고 준법정신과 개인, 가정, 사회예절 교육이 주로 도덕 교과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 도덕 교과서에서 차지하던 통일안보 교육의 분량이 3분의1 이하로 줄어들고 급기야 중학교에서 도덕 수업 시간이 6단위에서 5단위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도덕 교과서 내용 중에서 윤리나 예절교육 내용도 함께 줄어들고 부실해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학년부터는 10개 이상의 교과를 운영하던 것을 8개 교과만으로 줄여서 운영하도록 하고, 교과별로 시간 수를 20% 내에서 증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예체능 교과는 될 수 있으면 증감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보니 일선학교는 입시 교과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5개 교과의 시수를 늘리고, 대신 도덕이나 기술·교과 시수를 줄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마다 도덕이나 기술교사의 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등학교도 중학교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수업 시수를 줄이고 거기다가 3개 학년으로 나눠서 배우던 것을 1개 학년으로 몰아서 집중하여 가르치다 보니 인성교육이나 생활기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교과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지식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인성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지식 몇 줄을 암기해서 점수 올리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으니 현재 학교교육의 모습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인성이 좋은 학생이 지식교육도 더 잘 받아들인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전통교육은 대부분이 인성교육이 중심이었다.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한 지식교육이 우리 사회의 인재를 기르는 기본 틀이 되어왔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떤가? 기본교육이 상실된 가정, 다양한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 어른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규칙과 질서를 해치는 것이 오히려 자기를 알리는 좋은 기회로 보는 사람들이 각계각층에 깔렸다.
도덕교육이 학교에서 더욱 중심이 되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 시대에 도덕 교사가 남아돈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정렬 용유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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