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은 삼엄한 감시를 하고 있다. 잔뜩 주눅이 든 아이들이 불심검문을 당하고 있다.
경찰들은 마치 확신범을 찾고 있는 듯하다. 이 살벌한 광경은 졸업식날 중학교 정문에서 벌어지고 있다.
학교폭력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자 경찰이 나섰다. ‘일진소탕작전’, ‘학교폭력 관리대상 학생 명단작성’, ‘학교폭력 방치 교사 기소의견 검찰 송치’ 등 마치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듯 하더니 급기야는 졸업식장까지 경찰이 나타났다.
학교폭력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어선 절대 안된다. 원인에 대한 진단이 틀려서 해결 또한 잘못된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문제의 원인을 ‘문제아들’에서 찾고 있는 듯이 보인다. 따라서 피해자의 제보에 의존해서 가해자를 색출하고 격리, 처벌하려고 한다.
또한, 학교폭력 문제로 학교장과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봐서 경찰은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당국을 심문할 태세다. 정부는 학교폭력 해결을 경찰에서 찾는 분위기다.
학교폭력은 결코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폭력에서 발생한 것이다. 입시 지옥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시험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학벌에 따라 직업과 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적성과 개성은 무시된다.
대학가야 사람이 되기 때문에 청소년은 사람취급을 받지 않는다. 학교 정문에서 인격이 멈추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람이 갖추어야 할 권리, 인격, 연대와 협동, 차이와 개성을 배우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신음을 하면 문제행동으로 낙인찍힌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70% 정도가 우울증이 있으며, 그중 40%는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1년이면 200여 명의 아이들이 자살하는 나라다.
청소년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 살고 있다. 이들이 자살하면 나약하기 때문이고 폭력을 행사하면 가정이나 학교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이다.
진단을 달리해야 한다. 사회적 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학교폭력인 것이다.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방관자들이든 청소년은 모두 폭력적 사회의 피해자, 희생자인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 아니라 이 문제는 사회가 맡아야 한다. 사회가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폭력을 중지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사회는 청소년들이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이가 편안하게 드러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경찰의 처벌이 아니라 이 사회의 근본적인 성찰이 학교폭력에 대한 해답이다.
유해숙 인천시교육청 교육복지연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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