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수도권규제 개선돼야

규제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구성원의 공존과 공생을 우선하는 대의명분과 피해보다 득이 큰 합리성을 지녔을 때에만 설득력이 있다. 이것이 결여됐을 때 규제는 타당성을 잃는다. 고치거나 없애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규제가 그렇다. 지역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지도 위에 줄긋기 식의 천편일률적 적용으로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대표적 낡은 규제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은 1982년 도입됐다. 1960년대 경제개발 정책의 추진으로 대도시권의 인구가 급증하고,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많은 인구가 집중되면서 주택난, 교통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법이 제정되고 본격적인 수도권 규제가 시작되던 그때, 선진국은 수도권규제를 폐지하고 있었다. 영국은 1976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수도권규제 정책을 철폐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1980년대 유럽통합과 더불어 파리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수십 년간 고수해온 수도권규제를 버리고 수도권경쟁력 강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일본은 수도권 규제를 강력하게 추진했으나, 장기불황 등을 겪으면서 수도권 규제를 폐지했다. 우리나라도 불합리한 수도권 규제의 진정성을 다시 재정립해야 할 때이다.

 

수도권 규제의 출발은 수도권의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 및 산업의 적정 배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만 커졌다.

 

수도권을 행정구역 기준으로 행정 편의적으로 지정하다 보니 수도권에 포함된 인천과 경기도 지역 중에서는 비수도권보다 훨씬 낙후된 지역들까지 포함됐다.

 

연천군 지역은 인구 및 산업 집중은커녕 오히려 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저개발 낙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밀지역과 똑같은 규제의 굴레에 묶여 개발을 제한하고 역차별을 가하고 있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인구와 산업이 집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된 규제였는데, 과밀한 지역뿐만 아니라 과밀하지 않은 지역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즉 과밀하지 않은 성장관리지역, 자연보존지역 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수도권에서는 공장의 신·증설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수많은 기업이 고통을 받고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수도권은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집적지로서 첨단산업의 육성과 외국인 투자 유치에 가장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부터 대기업과 첨단산업의 수도권 입지를 제한하는 등 수도권 규제가 추진됨에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서울, 인천, 경기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권역별로 나눠 엄격한 규제를 받았다. 특히 경기도는 지역별 특성에 따라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지정돼 2중, 3중의 중복규제를 받았다. 오랜 세월 동안 중첩된 규제의 속박 속에서 지역발전과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크게 제한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불필요한 규제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 있는 규제는 적지 않다. 국가 안보를 위해 수십 년간 희생해 온 연천 등의 최전방 접경지역, 2천300만 수도권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해 희생한 상수원보호구역 등에 대한 환경 친화적인 개발 방안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

 

주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생활규제, 중소기업의 발전을 막는 공장입지규제 등도 모두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규제 개선은 대한민국을 잘 살게 하는 마중 물이다. 2012년 새해를 맞아 모두 잘 살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낡은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신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할 때이다.

 

박원철 경기도 분권담당관실 지역발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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