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 ‘달팽이의 별’이 지난해 11월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어릴 때 심한 열병을 앓은 뒤 시청각 중복장애인이 된 남편과 세 살 때 허리를 다쳐 키가 1m 20㎝에 불과한 척추장애인 아내의 일상을 다룬 영화이다.
이들은 점자를 손등 쪽 손가락 위에 찍는 점화로 대화를 나눈다. 그 덕분에 남편은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세상에 나왔고, 현재는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을 꾼다.
남편은 자작시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고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것이다’라고 읊고 있다.
여기서 제목이 아마 ‘달팽이의 별’이라고 붙여진 것 같다. 남편에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를 사랑하겠느냐고 물어보니 “열 번을 태어나도 열 번을 그러겠다”란 대답이, 아내도 “그림자가 어디 가겠느냐”고 화답한다.
현실을 바라본다. 수백 건의 이혼사건이 지나갔다. 그중에는 신혼여행을 막 떠나는 순간 화장실에 간다며 도망을 쳐서 이혼소송에 이른 경우, 70대 후반에 무덤에만은 부부로 같이 묻히고 싶지 않아 이혼을 원한다는 한 많은 사례. 그 사람들은 최소한 눈, 귀, 척추가 다 멀쩡한 정상인이었으나 표정이나 말투는 한없이 스산해 보였다. 왜 멀쩡한 사지를 가진 사람이 ‘달팽이의 별’을 노래하지 못하는 것일까. 가진 것을 당연시하고 더 가질 욕심에 마음의 눈과 귀가 멀어졌기 때문은 아닌가.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 거리마다 휘날리는 멋진 대형초상화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그들의 얼굴에서 달팽이의 별을 공감하고 함께해줄 우리의 대변자 상을 발견하고자 애써본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후보자의 걸개그림에는 출처를 모를 자신감만이 번뜩일 뿐 함께 별을 노래하는 따사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지금처럼 자화자찬하는 무리 속에서 대표를 뽑을 바에야 추첨제 민주주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현실은 지금의 제도 속에서 우리의 대표선수를 뽑아야 한다. 필자는 이런 후보를 지지하고 싶다. 대형 걸개 그림에 후보자의 자신감 넘치는 멋진 얼굴 대신 세숫대야에 달팽이 부부와 같은 소외된 이들의 발을 담그고 꿇은 무릎으로 이를 정성껏 씻기는 후보자의 두 손을 부각시킨 사진과 함께 실제 의정 활동도 그렇게 할 후보.
이번 4·11 총선에서는 전국 곳곳에서 달팽이의 별을 꿈꾸고 실천하는 선량들이 배출되었으면 한다.
양진영 법무법인 온누리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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