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이나 자녀교육과 관련하여 교장실에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그분들과 얘기를 나누어보면, 교장인 나보다는 담임선생님이나 행정실 담당 직원과 의논해야 할 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교장실 입구에 ‘교무실이나 행정실을 먼저 들르신 후에 교장실에 오십시오’라는 문구를 부착해두고 있다.
교실에서 자녀와 늘 생활하고 면담하고 가르치는 교사나, 민원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직원을 우선 만나 일이나 문제를 해결하고, 그래도 해결이 어려울 경우 교장실을 찾아오기를 바라는 나의 뜻이 담겨 있다. 담임선생님이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그들의 생활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비교적 큰 규모의 학교에서 관리자로 근무한 적이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이 크고 작은 일들로 지치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
학부모들이나 지역민들이 건의사항이나 민원을 교무실이나 행정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교장실로 와서 해결하려 하거나, 심지어는 학교를 거치지 않고 지역교육청이나 시 교육청, 심지어 중앙행정부에 제기하는 때도 있었다. 담당교사나 학교담당자는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는데 상급기관에서 그 내용을 물어볼 때면 매우 당황이 되었고 오히려 처리 절차만 까다롭고 복잡해질 뿐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곳이 학교다보니, 민원은 중앙기관에서는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을 통해서 결국 일선 학교로 되돌아온다. 결과적으로 아주 크고 심각한 일이 아니면 학교가 일을 처리하여 매듭을 짓곤 했고, 민원인도 간단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복잡하고 늦고 찝찝한 문제로 만든 결과만 가져올 뿐이었다.
그런데도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일을 빨리 처리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하지만, 관리자는 넓게는 알 수 있지만, 실무진만큼은 정확히는 모른다.
학교에서 학생의 실무진은 담임선생님이다. 새 학년을 맞이하여 내 자녀의 특징을 이해하고 걸 맞는 학습지도, 진학지도 및 상담활동 역시 담임선생님임을 알아야겠다.
내가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였을 때였다. 어떤 학부모는 교장실만 들르고 가는 일도 있었고, 많은 시간을 교장실에서 보내고 마지막 인사 정도만 담임인 내게 하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한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자녀를 위하여 학교에 왔다면 그것이 무슨 일이라도 제일 먼저 담임선생님을 찾았으면 한다. 내 자녀와 가깝기에 정말 가까이 해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정렬 인천연성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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