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정치권 공천작업의 후폭풍이 잡음을 넘어 분열은 물론이고 파열로까지 전개되고 있다.
당초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각당은 그야말로 공정하고 혁신적인, 개혁적인 공천기준들을 제시했다. 현역의원 25% 물갈이, 법조 인사의 공천 제한, 전과 보유자 배제, 국민참여 경선, 여성 후보자 30% 배정, 계파 배제, 상향식 공천 등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조차 힘든 다양한 잣대들이 바로 그들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 기준을 신뢰하는 예비후보자나 유권자들은 그리 많아 보이질 않는다. 왜냐하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전과자가, 어느 지역에서는 당 대표와 그런그런 관계의 인사가, 어느 지역에서 친아무개계 사람이, 어느 지역에서는 느닷없는 법조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어느 지역에서는 아예 무연고자가 공천을 받았다.
그래서 공천 탈락자는 물론이고 공천을 받은 일부 후보자들 조차 공천결과에 대한 기준을 내놓으라며 아우성이다.
심지어는 수십년 동안 눈물과 정열로 지켜온 자당을 떠나 외로운 길을 자처하고 나서는 인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4·11 총선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 마저도 “이기기 위한 공천이어야 하는데 새누리당 공천은 무슨 공천인지 알수 없다”며 자당의 밀실·불공정 공천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지사는 제17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이었다. 그런 그 조차 공천기준에 대해 심한 회의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럴진데, 유권자들의 혼란은 오죽하겠는가?
이런 불만들을 종합해 보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정치권은 제19대 총선에 앞서 그럴사한 각종 공약과 기준으로 예비후보자와 유권자를 현혹한 뒤 그야말로 ‘개고기’를 팔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당연 심판을 받아야 한다.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한 것이다.
연초 각종 언론기관들이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서 유권자들의 50~60%가량이 정치권에 대해 ‘현역의원 물갈이’를 주문했다. 심각한 정치 불신의 표출이다.
그러나 막바지에 다다른 공천 결과를 보면 낙천된 현역의원들은 대부분 계파싸움의 희생양으로 비춰지거나 실상이 그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자리에는 여지없이 누구누구의 사람들이 차지했다. 더구나 통합민주당은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유권자들 죽음으로 몰아넣은 데 이어 자당 당원과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선정된 후보들을 ‘승리를 위하여’란 미명하에 뒤늦게 통합진보당과의 야권단일화를 선언하면서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야권단일화는 연말연초부터 진행된 유권자 주문 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뒷짐을 지고 있다가 이제서야 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니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절차탁마(切嗟琢磨)다. 정치권이 개고기를 팔았다면 유권자들은 그에 대한 응당한 값을 치러야 한다. 구태에 빠져 식상하고 변하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값은 각 선거구에 후보를 상대로 옥을 갈고 닦아서 빛을 내듯이 도덕성, 능력, 자질, 정치적 소신, 공약 등을 면밀히 살펴 진정한 심부름꾼을 뽑아 그 판을 바꿔 주어야 한다.
언론도 이제부터라도 공천결과에만 연연하지 말고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 검증에 나서는 등 매니패스토 선거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
“당신의 공약은 무엇입니까?”, “선거구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등 유권자들을 위한 해답찾기는 등한시 한 채 “당신의 동아줄(계파)은 누구입니까?”에만 관심을 두어 온 우문(愚問)을 그만두고 새로운 정치판을 짜는데 일조해야 한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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