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한국의 교육대학들은 우수한 초등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많은 교수는 교육대학 학생들을 위한 더 좋은 커리큘럼을 모색하고 개발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제고해왔다. 근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창의성이 화두이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학생들을 길러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대두하고 있다. 교육에 발을 담그고 있다면 그 누가 관심이 없겠는가.
20세기 초반 영국의 위대한 수학자, 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화이트헤드(1861~1947)는 ‘교육의 목적’에서 진정 바람직한 교육의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교양과 특수 영역의 전문 지식을 겸비한 인간을 육성해야 한다. 전문지식은 교양으로부터 출발하는 데 필요한 무대를 제공하며, 교양은 그들을 철학의 깊이와 예술의 높이로까지 이끌어줄 것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소중한 지적 개발은 자기능력의 개발(self-development)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단지 많이 암기하였을 뿐 내적으로 체화되어 응용되지 않을 지식을 박식과 교육의 증거로 내세우는 자들이야말로 가장 쓸모없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그의 언설은 우리 대학들의 교육과정을 돌아보게 한다. 이어서 그는 학생들의 사고력을 훈육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생기 없는 관념과 지식인데, 이는 참신한 연관성으로 결합되지 않은 채 전혀 활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교육제도를 통해 이러한 정신적 부패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 화이트헤드는 두 가지 교육상의 기본 원칙을 주장했다. 첫째, 너무 많은 과목을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 가르쳐야 할 것은 철저하게 가르치라는 것이다. 너무 많은 교과 과목에서 극히 얕게 가르친다면 그 결과는 생명력 넘치는 섬광으로 계발되지 못하는 동시에 전연 연관성 없는 지식의 암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화이트헤드는 진정 창조적인 사고력을 기르려 한다면 가르쳐야 할 내용은 되도록 줄이고 중요한 내용만을 골라낸 후, 엄선된 지식과 관념들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결합 가능한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할 때만이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는 관념과 지식을 체화하고, 지금 이곳이라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그 지식을 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기 넘치는 진짜 지식을 통해 ‘발견의 기쁨’을 경험하게 된 학생이야말로 창의적인 사고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너무나 많은 지식을 가르치려다 도리어 가장 쓸모없는 사람을 길러내는 우를 범하고 있지나 않은지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