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종주계획이 있어 몸도 점검할 겸해서 동네 산인 대모산과 구룡산을 이어 걷는 중, 개암약수터에서였다. 연세가 꽤 들어보이는 분이 역기 대에 걸터앉아 계시기에 “여기 자주 오시는가 보죠”하고 인사 드렸더니 대뜸 “열심히 운동하세요. 운동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라고 하셨다.
여든이 됐지만 눈도 신문 볼 때만 돋보기를 쓸 뿐이고 귀도 좋으시단다. 고혈압 당뇨 전립선 등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였다. 매일 아침 등산도 하고 귀갓길에 약수터 체력단련장에서 한 시간 정도 근력 운동을 하시는데 85kg 짜리 벤치 프레스를 통상 10번에서 15번 정도 들어 올리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20번도 하신단다. 헤어지면서 “100수를 하시라”는 인사말에도 그분은 다시 “운동하시라, 운동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하였다.
나 자신도 나이가 들고 또 오래 사는 시대가 되니 자연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에 관심이 점점 많아진다. 건강하게 사는 법이라는 글이 있으면 정독하고 따로 메모를 해 두기도 한다. 내 경우만 해도 암이나 힘든 병에 걸린 친구도 많아지고 정말 아까운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건강을 지키는 네가지로 잘 자는 것, 좋은 공기, 등산, 좋은 물을 든 글도 있었다. 산을 다니게 되면 이 네가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등산을 하면 좋은 공기는 실컷 마시게 되고 높은 산의 약수는 시중에 파는 미네랄 워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에 덧붙여 등산은 몸의 중심 근육을 강화하고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까지 예방하거나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사실 나 스스로도 어떤 땐 오른쪽 무릎이 안 좋을 때도 있고 해서 장거리 산행이 망설여지는 때도 있다. 나는 사람 몸의 자연치유능력을 믿는 편이다.
얼마 전 설악산 산행 시 어처구니없는 안전사고를 당했다. 새벽에 집을 나서면서 왼쪽 신발끈 고리에 오른발이 걸려 16~7kg 배낭 무게에 깔려 그냥 앞으로 고꾸라졌다. 왼쪽 갈비뼈에 통증이 있었으나 계획된 산행을 하였다. 산행 초입에서도 진통제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으나 이틀 산에서 자고 났더니 빠르게 좋아졌다.
‘운동을 밥 먹듯이 하라’는 표현이 있다. 밥을 삼시 세 끼 챙기듯이 운동도 하루도 빠짐없이 하라는 뜻이다. 건강하게 사는 분들의 공통점은 젊어서부터 꾸준히 자기 몸을 아끼고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으로 치유가 안 되는 병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제 몸 관리를 잘못하여 이 좋은 세상을 일찍 떠나야 한다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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