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소설 ‘빙점’으로 유명한 미우라아야코(三浦陵子)의 에세이집에서 위 제목의 수필을 읽은 적이 있다. 세월이 흘러 그 유명한 빙점의 줄거리조차 가물가물해지는데 유독 위 수필제목만은 여전히 기억에 머물고 있다. 다소 유치하거나 싱거운 표현일 수도 있는데 곱씹어볼수록 시사하는 점이 많아 그런 것 같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 중의 하나인 먹는 즐거움의 클라이맥스에서 과감히 포크를 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학적 용어로 한계효용의 극대화 지점을 지나면 효용은 체감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한계효용의 극점에서 누리는 그 맛을 지속적으로 누리려면 역설적으로 바로 그때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위 글을 이해한다.
임박한 총선을 앞두고 공천작업이 거의 마무리 되었지만 탈락한 이들의 한숨소리도 비례적으로 크게 들린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 그 상실감은 더 한 듯하다.
물론 의정 활동을 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미완성인 상태에서 타의에 의해 선수로 나서보지도 못하고 퇴장해야 한다면 이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반면, 더이상 공항귀빈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식의 특혜와 특권을 놓치는 것이 아쉬워서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까지의 누린 혜택이 족한 줄로 알고 과감하게 뺏지를 반납하는 것이 개인적 여생을 위해서도 복된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브레이크 없는 벤츠와 같이 질주하는 이들을 위해 사흘 전에 영면한 고 강태기 시인의 유작시를 소개한다. “단 하루도 거짓말하지 않는 일이 없었고, 단 하루도 선행을 모르고 살고, 단 하루도 감사하는 일 없었고 오만가지 생각으로 부스럭거리고, 비판하고 욕하고 허물만을 바라보고 천당에 데려놓아도 불평불만만 할 사람이었다. 죽으나 사나 눈치만 보았다. 않으나 서나 말수는 비단 같아도, 시간이 너무 지났구나”
국회의원이 아무리 의미가 있는 직업이라 한들, 너무 한 가지만 집착해서 올인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 요즘과 같은 선거철에, 자신은 꼭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목청 높이는 사람이 난무할 때 “나는 더 할 수도 있지만 더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봄바람에 휘날리는 벚꽃처럼 순리에 따라 퇴장하는 아름다운 이들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양진영 법무법인 온누리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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