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책을 품은 철쭉

여행길을 나서면 꿈꾸듯 만나는 풍경이 있다. 지리산 장터목에서 세석평전에 이르는 야생화로 뒤덮인 능선 길 같은 곳 말이다. 하지만, 하늘정원을 거닐 듯하게 만드는 이 아름다운 길도 봄이 가는 어느 날 맞이하는 세석의 선홍빛 철쭉만큼 나를 설레게 하지는 못한다. ‘사랑의 즐거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철쭉으로 뒤덮인 세석은 항상 나를 꿈꾸게 한다.

 

우리의 봄은 축제로 시작된다. 그야말로 전국이 꽃축제로 뒤덮인다. 전남 광양의 매화꽃 축제를 시작으로 ‘너는 내 운명’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땅끝매화축제, 목포 유달산 꽃축제, 신안과 태안의 튤립 잔치와 고양 꽃박람회까지 전국의 지자체들이 축제를 지역사회의 중요한 관광 상품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눈물겹다.

 

축제는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아내고, 지역민의 문화욕구 충족, 교류를 통한 새로운 의식 및 관계를 돈독히 하여,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때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렇게 볼 때 군포의 철쭉축제는 타 지역의 축제와는 괘를 달리한다.

 

군포시 수리동에 있는 철쭉동산은 인공으로 조성됐다. 버려져 있던 언덕에 자산홍과 산철쭉 15만 본을 식재하여 조성된 곳으로 이제는 명실공이 군포시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2만㎡의 부지에 해마다 4월 말에서 5월 초면 만개하는 철쭉꽃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즈음 시책인 ‘책 읽는 군포’와 연계하여 철쭉축제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축제가 열리는 철쭉동산에는 앙증맞은 북카페가 시민들의 시선을 끈다. 꽃향기와 책 향기 어느 것에든 취할 수 있다.

어떤 상품성이나 경제적 측면을 배제한 채 꽃과 책, 음악 등 다양한 문화행사로만 이뤄졌다는 점 또한 군포시 철쭉축제만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이라고 정현종 시인은 노래했다. 봄의 전령인 봄꽃들이 만개하는 계절이다. 화사한 꽃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해야 할 일이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걱정거리도 다 놓게 된다. 조금만 귀를 기울여 보라, 운이 좋다면 꽃의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짧은 순간이지만 모든 것을 내어줄 것만 같은 꽃 구름 속에 책의 향기가 스며들어 있는 군포철쭉축제가 기다려는 이유다.

 

봄이 되면 나는 항상 세석의 철쭉을 꿈꾸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군포의 철쭉과 함께 사랑의 즐거움을 꿈꾸게 될 터. 비록 세석만큼은 아니지만 감미로운 책이 있고, 아름다운 이웃이 있는 축제이기 때문이리라.

 

김주삼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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