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생각이 수반한 경험이라야 가치가 있다

최근 우리는 경험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가 멀다 않고 쏟아지는 자기계발서들은 대부분 경험과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아는 것 또는 아는 방법보다 실천이 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천 경험이 그 사람의 능력이 되고 있다. 특목고 입시나 대학입시에서도 입학사정관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즉 시험 성적보다 그 학생이 그동안 무슨 경험을 어떻게 쌓아왔는지가 그 학생의 능력과 가능성을 재는 잣대가 되고 있다.

 

교육 당국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교육과정을 개정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을 가르치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체험활동과 관련된 사교육 문제 등 교육기회균등의 부작용을 우려하여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상당히 제한적인 형태로 체험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교육 당국은 교육 기부 정책 등 제도권 내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을 펼치고 기회를 확대하고자 노력하지만 많은 한계를 드러내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배우고 익힌 것을 체험해보는 경험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시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경험과 생각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다. 듀이는 ‘민주주의와 교육’에서 경험이란 능동적 요소와 수동적 요소의 특수한 결합이라고 하였다. 예컨대 뜨거운 그릇에 손을 대었더니 그 때문에 손에 화상을 입었다면, 손을 댄 것은 능동적 요소이고 그로 인해 화상을 입은 것은 수동적 요소이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이 경험으로 뜨거운 그릇에는 손을 대면 화상을 입으니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조심하는 반면, 어떤 아이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즉 경험에 들어 있는 관계성을 인지적으로나 정의적으로 깨닫게 하고, 앞으로 하게 될 다른 경험으로 연결하여 성숙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우리 교육은 너무 경험 자체에만 치우쳐 있다. 한번 해 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 본 경험을 어떻게 고급 사고로 승화시키는지에 초점을 둘 때 교육은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는 어른들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즈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자녀와 학생들에게 많은 체험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체험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체험과 관련된 질문과 토의·토론을 통해 체험과 생각이 연결되도록 지도해야 한다. 체험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체험 자체가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에 달렸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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