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현

1834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매니페스토는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의 공약, 곧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전개되었던 낙천·낙선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2006년 5월 31일 제4회 지방선거를 계기로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이 구체성을 띠며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의 여부를 평가하자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허울뿐인 매니페스토이다. 따라서 매니페스토의 실효성 담보를 위한 방안 강구가 절실하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모두가 절차탁마한 자신의 정책으로 다른 후보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당선만을 목적으로 각종 청사진을 제시하고 막상 당선된 후 공약이행률은 50%를 밑돌며 심지어 본인들이 제시한 공약에 대한 검증조차 받기를 거부하는 정치인들이 상당수이다. 매니페스토의 기원국인 영국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매니페스토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

 

첫째, 매니페스토에 따라 예산을 모두 수정한다. 둘째, 매니페스토 자체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 각부의 대신과 재무대신은 매니페스토의 달성상황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목표를 내건 합의 문서를 교환하고 수치목표가 달성되지 못하면 소관 대신이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된다. 셋째, 매니페스토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심판 또한 엄격하여 4년간의 업적을 평가하여 만족하지 못하면 집권정당을 바꾸어 정권교체를 시킨다.

 

물론 영국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매니페스토 개선을 위해 이들의 방식을 취사선택할 필요는 있다. 우선, 후보자는 선거에 맞추어 임시방편으로 제시하는 정책이 아닌 평소 꾸준히 갈고 닦은 자신의 정책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또한, 정책을 제시할 때에는 그 수치·목표·이행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무엇보다도 예산확보에 대한 확실한 방안을 갖추어 살아있는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국민에게 정책에 대한 확신을 주어야 한다. 공약이행률이 낮은 당선자에게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마련하여 공약이행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치인 및 후보자들이 매니페스토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것만큼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정치인은 투표하는 유권자를 무서워한다.’ 식상할 정도로 많이 들어본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한 진실이다. 매니페스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가 제시하는 정책들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당선자들의 정책에 대해 엄중하게 심판할 때 비로소 정치인들은 그들이 제시한 정책의 무게에 대해 실감하게 되고, 임시방편적 공약 제시에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오는 11일 실시하는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 앞서 후보자들이 제시한 정책을 하나하나 비교 분석하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진정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의 표본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신 윤 심 의왕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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