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30여 년 전 필자가 보건복지부의 과장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공무출장으로 남미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 공항에 내려 도심으로 들어서면서 아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들은 유럽식으로 웅장한데 제대로 닦지도 않은 듯 시커멓고 우중충하며 도시가 활력이 없어 보였다. 왜 이럴까. 내가 어릴 때 1960년대에 학교에서 배우기는 우루과이는 선진적인 농업국가로 우리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여행 내내 궁금증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후에 사회복지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경제능력에 맞지 않게 복지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남미의 이웃 나라들(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등)에 공통적이었다.
그 당시 이 나라들에서는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복지혜택의 인상을 약속하여 국민집단 간에 복지추구 경쟁이 일어났다.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집단인 군인, 공무원, 노동조합에 속한 근로자 등의 복지혜택의 수준은 크게 높아지는 반면, 힘없는 일반 국민은 복지혜택에서 소외되는 결과가 되었다.
최근의 예로 지나친 복지확대로 경제를 어렵게 한 경우는 그리스를 들 수 있다. 그리스는 1970년대부터 사회주의 정권이 집권하여 분배를 강조하는 무상복지 정책을 추진한 결과로 재정위기를 초래하였다.
그러므로 경제와 복지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 경제의 발전수준에 걸맞지 않게 복지수준이 너무 낮으면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을 가져오지만, 반면에 경제능력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복지를 확대하면 경제 자체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올해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앞두고 정당 간에 경쟁적으로 무상복지 공약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복지국가에 들어섰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정치권에서의 복지논의는 복지국가를 앞당기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남미나 그리스의 경우처럼 능력에 걸맞지 않은 과잉복지로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한국이 경제발전의 우등생에서 열등생으로 전락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경석 경기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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