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의 고통을 산고(産苦)라 한다. 흔히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일컬을 때 ‘산고의 고통’으로 자주 표현한다. 그만큼 참기 어려운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산모가 산고를 잘 참아내는 것은 새 생명 탄생에 대한 기쁨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가까이에서 산고를 치르는 산모를 자주 보게 된다. 왜냐하면, 근무하는 곳에서 산부인과 진료는 하면서도 분만을 중단하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의 걱정은 저출산 현상이다. 적정인구를 유지하려면 결혼한 여성이 2.1명의 아이를 낳아야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도 합계출산율은 1.23명으로 아직 요원하다. 문제는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많이 하면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하면서 출산도 꺼리는데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분만한 산모들이 무척 장하고 예뻐 보인다. 아마도 산고를 치른 당당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분만실에서 20대 산모는 흔치 않다. 2010년도 평균 출산연령은 31.26세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산모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끝내 제왕절개수술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대체로 20대와 30대의 산후회복에는 눈에 띄게 차이가 있다. 30대 산모가 20대 산모의 회복상태를 보면서 ‘펄펄 날아다니는 같다’고 무척 부러워한다.
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산고의 쓴 의미와 함께 어릴 때 아버지께서 즐기시던 고초라고 불리는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을 생각해 본다. 또 내가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커피의 쓴맛 뒤에 살짝 느낄 수 있는 단맛이 생각난다.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고진감래(苦盡甘來)가 아닌가.
어느 해 아파트 베란다에 겨우내 방치해 둔 군자란이 얼어 죽지 않고 화려하고 예쁜 꽃을 피워 무척 감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후 실내에 들여놓고 잘 키웠더니 꽃은 볼 수 없었고 잎만 무성하였다.
삶에 있어서도 고통과 고난은 약이 된다고 한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산고의 고통을 치르고 난 후에 얻은 새 생명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애착 때문이리라. 지독하게 쓴 음식을 먹고 나면 그 뒤의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심한 산고를 경험하면 출산 후에 오는 웬만한 통증은 아무렇지 않게 잘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요즈음은 무통분만과 제왕절개 수술 등으로 인해서 예전처럼 산고를 심하게 느끼지는 못한다. 모쪼록 산고를 경험하면서 새 생명 탄생의 기쁨과 아울러 우리나라의 저출산 극복에 이바지하는 산모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정순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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