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나는 그를 ‘일요일의 남자’라 부른다

박정임 문화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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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수원은 국회의원 누가 될 거 같아요?”였다. 사상 유례없는 혼전양상을 보이면서 기자라는 신분이 정보가 많을 거란 기대에서 나온 질문이다. 하지만 답답하게도 ‘글쎄요’가 전부였다. 그 다음이 “송해 빅쇼, 재밌어요?”다. 역시 난감한 질문이다. 선거는 끝나 더 이상 곤란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송해 관련 질문은 당분간 계속될 게 아닌가.

 

송해, 나는 언제부턴가 그를 ‘일요일의 남자’로 부르고 있다. 일요일 낮 TV를 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이다. 1980년 11월9일 첫 전파를 탔으니 올해로 32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출연한 무명의 스타만 3만 여명이라고 한다. 노래하고, 춤을 추고, 다소 민망한 얘기도 스스럼없이 해 댔다. 출연자의 사연이 슬프면 같이 울고, 즐거우면 같이 웃었다. 그 중심에 송해가 있다. 1927년생이니 우리나이로 여든 여섯이다. 사람들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청년같은 열정을 쏟아내는 그를 보며 “송해는 늙지도 않냐”며 부러워 한다. 오죽하면 ‘송해처럼 살겠습니다’라는 선서까지 유행할까. 송해처럼 은퇴하지 않고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부인 앞에서 손을 들고 ‘송해처럼 살겠습니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나이들어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좋은데, 1주일에 3~4일 지방출장을 가 세끼밥을 꼬박꼬박 차려달라는 ‘삼식이’ 남편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부인들의 입장에선 반길 수밖에 없는 선서다.

 

올들어서는 광고까지 찍어 부러움을 샀는데, 광고 효과도 좋단다. IBK기업은행은 그를 모델로 기용해 찍은 광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전국 영업점에서 송해 광고를 보고 예금과 적금 등을 들러왔다고 밝힌 건수가 지난 3개월 간 152건, 예금액은 957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송해의 매력으로 자연스러움을 꼽는다. 전국노래자랑은 지역은 물론 나이, 성별, 직업을 구별하지 않는다. 세살 아이부터 103세 노인까지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송해를 껴안고 입을 맞추려고도 한다. 특산물을 들고나와서는 막무가내로 먹여준다. 같이 춤을 추자며 팔을 흔들어 대기도 한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송해는 마다하지 않는다. 붙들고 춤을 추면 맞장구를 쳐준다. 아이가 출연하면 김인협 악단장을 협박(?)해 용돈도 쥐어준다. 꾸미지 않는 그를 보는 건 언제나 유쾌하다.

 

지난 해 9월, 송해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나팔꽃 인생 60년, 송해 빅쇼’를 개최했다.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한지 57년째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콘서트로서는 처음이다. ‘최고령 연예인의 단독 콘서트’라는 세계 기네스 등재에도 도전했다. 현역 최고령 가수는 올해 73세의 패티 김이며, 해외에서는 프랭크 시나트라 등이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무대 활동은 70대까지만 했다.

 

오는 5월1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의 공연은 지난 해 성원에 힘입어 전국 주요 도시를 도는 투어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양희봉악단, 무용단, 민속단이 무대에 서는 초대형 슈퍼콘서트다. 송해는 가수, 사회자, 코미디언, 연기자, 악극인, 국악인, 만담인 등 자신이 걸어왔던 ‘총체적 예능인’으로서의 재능과 땀과 열정을 보여준다. 노래도 10곡 이상을 부른다. 이상벽이 사회자로 나서고, 후배 코미디언인 엄용수, 이용식, 김학래 등이 가세해 웃음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악극 ‘홍도야 우지마라’를 통해서는 어려웠던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속으로 안내한다. 전국노래자랑 재연 코너에는 인기 스타들의 깜짝 출연도 예정돼 있다.

 

전국노래자랑을 보며 어깨를 들썩였던 부모세대와 그런 부모를 보며 자란 젊은이들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자리다.

 

박정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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