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그 길은

타향으로 떠돌다 돌아온 고향은

폐허에 무성한 잡풀만 주인들

몇 날을 풀 뽑고 삽질 호미질로 가꾼 땅

 

비상이 내려지면 모심다 돌아서고

고추 따다 뛰어가고 대남방송 귀 따가운

휴전선 경계지역은 아직까지 전쟁 중

 

눈앞에 철조망 한스러운 막다른 길

짐승은 자유롭게 넘나들며 채마밭을

놀이터 식당삼아서 잘 먹고는 뭉개는데

 

오가지 못하는 사람만이 금지구역

꽃다지 질경이 강아지풀 다북한 길

아직도 눈에 선한 그 길은 곧바로 찾겠는데

 

단발머리 타박타박 오솔길로 걸었으나

백발이 성성하니 그 길도 풀에 묻혀

온 길이 어딘지 몰라 가야할 길 잃겠네

 

언젠가 옛말하며 살날이 있을 거야

지금 내가 살아온 이야기 하듯이

그날은 달려가야지 통일된 그 길 찾아

 

 

조재화

<순수문학> 으로 등단.

시집 <한 잎> 외 2권.

한국문인협회 회원.국제펜한국본부 인천지역위원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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