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 조사에 따르면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직업훈련을 받지도, 구직 활동을 하지도 않는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어느 새 2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는 2003년 통계 작성이래 최대치로 과거에는 베이비붐 세대를 위주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니트족이 급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복지 제도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실업 수당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니트족 증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그런데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니트족 증가 문제가 2012년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노동연구원은 실업 상태이면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은 물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15~34세 ‘청년 니트족’이 2003년 75만 명에서 2011년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100명 중 5명에 달하는 높은 숫자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이나 일본처럼 본격적으로 니트족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20대의 니트족 증가가 사회 활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각종 일탈 행위로 인해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버세대는 생계를 위해 취업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청년 니트족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취업난을 꼽을 수 있다. 고학력 구직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공기업, 대기업, 공무원과 같은 좋은 일자리만을 선호하는 왜곡된 취업문화도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청년 실업자(15~29세 기준)는 2003년 40만1천명에서 지난해 32만 명으로 줄었다.
청년 실업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니트족이 늘어난 것은 아예 구직을 포기하거나 취업에 무관심한 청년층이 그만큼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니트족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한창 경제활동에 뛰어들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경제력에 기대는 ‘캥거루족’의 증가를 손꼽고 있다. 2003년 청년 니트족은 고졸이 63.6%, 대졸 이상이 16.3%엿던데 비해, 2011년에는 고졸이 56%, 대졸 이상이 25.2%를 차지해 고학력 니트족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이런 고학력 청년들의 경우에는 자신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 중 상당수가 ‘괜찮은 직장에 못 갈 바에는 차라리 쉬는 게 낫다’라는 이유로 실업을 부추기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부모의 경쟁력이 뒷받침될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자녀가 고등학교만 들어가도 경제적으로 독립을 시키려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과잉 보고해 청년 니트족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청년 중 졸업 5년 후에도 니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은 한국이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과잉 복지로 청년층이 취업을 늦추는 경향이 높은 이탈리아(35.6%), 그리스(33.6%), 스페인(31.0%) 등 남유럽 국가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대한민국 청년 니트족이 100만 명을 넘어 200만 명, 300만 명을 향하기 전에 취업을 꿈꾸던 청년들이 더 이상 타의에 의해 그들의 취업 의욕을 잃지 않도록 우리는 스스로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규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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