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장애인과 함께 사는 세상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바로 현관 앞 가장 좋은 자리에 장애인 주차장이 딱 한 면 마련돼 있다(사실은 더 많아야 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장애인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 자리가 비어 있으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무심코 주차를 하고 있어서다. 내가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왜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주차하도록 내버려 두느냐”고 따지듯 물으면, “아파트에 사는 분이 주차하는데 제가 어떻게 막습니까” 라며 오히려 내게 사정을 한다.

 

“이 아파트에 장애인이 없더라도 외부에서 오는 손님이 장애인일 수도 있는데, 이 자리는 늘 비워두어야 하는 겁니다”라고 말하지만 이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장애인에 대한 시각의 현주소다. 오늘날 사회가 발달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전체 장애인의 약 90%는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뜻하지 않게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인 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인 것이다. 오늘날의 정상적인 사회는 장애인이 일정한 비율로 섞여 더불어 사는 사회이다. 따라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인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생활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상화(normalization)의 원리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이 보장되고 장애인이 일반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장애인이 일반사회에서 함께 정상적으로 생활하려면 이들의 활동에 물리적 제약을 가하는 각종 장애물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사로, 장애인 주차장, 엘레베이터, 보도블록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장애인이 많이 이용하는 건물, 지하철, 공공시설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물리적 시설보다도 가정, 학교, 직장, 지역사회의 일반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시각이다. 장애인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건 적건 불편한 점이 있는 사람이다.

 

이들이 불편 없이 세상을 살 수 있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개선해 주어야 비로소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 기본적인 시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장애인 복지는 요원한 것이다.

 

인경석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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