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공직의 책임과 의무

우리는 얼마전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국회의원은 정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다. 정치를 희구하는 심리는 권력을 지향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라고 할 것이다. 또 실제로 국회의원에게는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불체포, 면책특권까지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에게 권력이 생기고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여 국가사무를 처리하는 중차대한 책임을 맡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고 해서, 축하만 받고 있을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만큼 커다란 사회적 의무를 지게 됐음에 밤잠을 설치며 자신의 책무를 고민해야 할 일이다. 이는 공무원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요즈음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비리가 또한 세간의 관심거리다. 이 역시 국민에게 봉사해야하는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망각한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할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갖게 되는 권력과 혜택은 그만큼의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따르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조선시대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으로서의 도리와 행동양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늘날에도 그 의미가 퇴색하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몇 구절을 음미해 보기로 한다. ‘벼슬을 하는 자는 백성을 다스리는 자로서 임금과 같다. 비록 덕망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위임이 없으면 하기 어렵고, 하고 싶은 뜻이 있다 하더라도 명철하지 못하면 하지 못한다. 능력이 없는 자가 수령이 되면 백성들은 그 해를 입어 곤궁하고 고통스럽다.’ 고위공직자로서 자신이 그러한 덕망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헤아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스스로 나서서 벼슬을 구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친다. 만약 선거에서 국민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선출했다면, 결국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말 것이다.

국회의원 권력·혜택 책임 뒤따라

이러한 구절도 있다. ‘바라던 관직에 임명되었다 하여 공연히 마음에 들떠서 선심을 쓰기 쉬우나, 이는 결국 나중에 그 비용을 백성들의 주머니를 털어 보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의 작금의 정치상황을 그대로 묘사한 듯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하여 정치권력을 사용한다면 그보다 더 큰 해악이 어디 있겠는가.

또 정약용은 ‘의를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언제나 두려움을 간직하면 혹시라도 방자하게 됨이 없을 것이니 이렇게 하면 허물을 적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백성을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 공직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근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직에서의 청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청렴은 수령의 기본임무로서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 노릇을 할 수 있는 자는 없다. 뇌물을 주고받는 것을 누가 비밀히 하지 않으랴만 밤중에 한 일이 아침이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송나라 때 자한의 이야기를 전한다. 하루는 농부가 귀한 보물인 옥을 얻어 이를 자한에게 바쳤다고 한다. 이 때 자한의 말은 이러했다. “그대는 옥을 보배로 삼고, 나는 받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으니, 내가 받는다면 그대와 내가 모두 보배를 잃는 셈이 아니겠는가.”

정약용 ‘목민심서’ 새겨야할 때

공직사회의 덕망과 능력, 그리고 의와 청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들에게 원하는 국민들의 희망은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 그리고 고위공직으로 중책을 맡게 된 사람들에게 목민심서는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 자리는 그만큼의 책무가 따르는 직책이라고. 국민을 두려워하고, 의와 위엄을 갖추고, 청렴하게 국가사무에 충실해 달라고.

이재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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