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무소유

며칠 전 천주교 신자인 나는 다양한 형태의 상징물들을 앞세우고 형형색색의 소원을 담은 연등행렬에 많은 불자들과 함께 했었다. 장관을 이룬 봄밤의 향연이 볼거리도 있었겠지만, 마주치는 남녀노소 모두가 밝은 웃음으로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구석구석 채워지기를 기원했다. 종파를 떠나 우리 모두가 크리스마스를 기쁨으로 충만한 가운데 맞이하듯이 부처님 오신 날 또한 그러한 마음 가짐으로 함께 할수 있길 바란다.

과연 종교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삶 속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가 행복을 찾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랑할 수 있으려면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을 가져야 하며, 나눌 수 있는 자비의 정신이 함께 깃들여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삼라만상 속에서 내 마음을 비울 수 있는 무소유의 정신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무소유의 삶을 사시고 실천하시다 선종하신 법정스님과 김수환 추기경님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과 지표를 마련해 주신 대표적인 선각자이시다. 십원짜리 동전하나 남김없이 모두 내려놓고 떠나신 이 분들의 무소유의 삶은 물질만능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뒤돌아 보게 할뿐만 아니라 욕심을 버려야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었다.

가짐이 부족해도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며 소유하더라도 자신에게 오래 머무르지 않게 하여 나누어 행복을 찾았던 그 감동의 마음들은 소유하기 위해서 싸우고 좀 더 많이 얻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이 처절한 시대에 우리가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온전히 안아가야 할 정신인 것 같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전 앞에서도 상속 재산을 가지고 싸우는 짓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으며, 고작 몇 만원을 빼앗기 위해 서슴없이 인명을 앗아가 버린다. 진정 무소유의 삶을 위해 정진해야 할 스님들께서 가장 타락한 방법으로 남의 것을 탐하는, 소위 도박판을 벌이는 요즘이 아니던가!

혜민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에서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니다 싶을 때 다 버리고 떠날 수 있고 없어도 갈증을 느끼지 않는 것’ 이라고 했다.

그렇다. 이럴 수 있는 자만이 나눔을 통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기리며 우리 모두의 마음에 ‘무소유’ 깨우침이 요동쳤으면 좋겠다.

김 경 표 경기도의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