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이래 세상 모든 것들은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삶과 존재 그 자체의 변화는 실제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인간을 포함하여 생명을 가진 세상의 모든 것들은 똑같이 생명체로 태어나 먹고, 자라고, 병들고, 죽는다는 의미에서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공자나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대, 석가모니나 예수가 살던 세상과는 물론 불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시작했던 수만, 수십만 년 전의 그 때와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수만년 전 지금의 우리와 유사한 모습을 한 현생 인류가 출현하면서부터 이미 당시의 사람들도 현재의 우리나 마찬가지로 기뻐하고, 화를 내고, 사랑을 하고, 즐거워했을 것이다.
그 때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부자와 가난한 자가 있었을 것이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와 말 안 듣는 말썽꾸러기도 있었을 것이다. 뛰어난 능력이 있어 사람들을 부리고 다스리는 이도, 지식이나 생각이 깊어 학자나 예술가가 되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오늘 우리들이 알거나 기억할 수 있는 석가모니나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 마호메트와 같은 성인들은 모두가 불과 2천수백년 전, 혹은 그 이후의 세상에 살았던 인물들이다. 그러므로 이미 그 시대는 지금의 이 시대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들이 산적해있던 시대였다.
무도하고 욕심 많은 권력자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지식인들, 무지몽매한 대중과 말 안 듣고 버릇없는 젊은이들…. 아니 어쩌면 그 정도가 지금보다도 더욱 심각한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속에서 온갖 역경과 고난과 싸워가며, 혹은 목숨까지 던져가며 그 해법인 진리를 찾아 제시하고 전한 것이 바로 성인들이었다.
현대사회로 진입한 지난 한 세기, 낡고 헌 옷을 벗어던지고 근대화, 세계화에 열광하면서 달려온 오늘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체제를 받아들이면서 과연 우리는 행복해졌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만연되어 있는 잘못된 것들이 바로잡히고, 잘못된 가치판단과 풍조들이 사라졌는가.
이에 대한 답은 어쩐지 긍정적일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세상에 대하여 어떤 이들은 성인들을 부정하고 공격하는 것으로부터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우리 안에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외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그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진리는 새로 발견되거나 만들어지거나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다시 깨달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없이 새로운 발견이나 방법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고 기만일 뿐이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이라도 우리 자신에 맞는 옷을 다시 찾아 입어야 한다. 공자와 그 제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갈고 다듬어온 그 깨달음은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공자를, 공자와 그 제자들이 찾아낸 깨달음을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의 것이라면서 배격하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석가나 소크라테스나 예수가 어떤 특정한 국가나 민족의 것이 아니듯이 공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인들만의 공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공자의 사상과 가르침은 우리나라에서 더욱 빛을 보았고, 발전하였다. 이것을 사대주의로 몰아붙이는 어리석은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남에 대한 배려나 염치와 부끄러움을 모르고 유아독존의 독선과 아집,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최고의 선으로 아는 이 잘못된 병폐들을 치유하는 길은 다시 공자와 그 제자들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박옥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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