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지난 시간의 반추(反芻)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로 정의하였다. 지나간 사실을 되새겨 보며 지금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 발전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 모두가 역사인 것이다. 단순히 지나간 사실(fact) 이상의 것으로 먼저 이 세상을 살다간 분들이 전해주는 삶의 지혜이다.

6월은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이다. 지금을 있게 해준 많은 분들의 헌신과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한 현충일이 6월6일이고,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인 남침전쟁으로 씻을 수 없는 분단의 상처를 남긴 그날도 6월25일이다. 우리 모두가 오늘의 감사함은 잊지 않고, 똑같은 아픔은 겪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지켜온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난 세월 우리나라는 반도국가의 특성 탓에 참으로 많은 외침(外侵)을 받았다. 그때마다 우리 선조들은 스스로를 지켜냈고 강해지는 법을 터득해왔다. 현대는 물리적인 전쟁의 위험에선 한발 물러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주변 국가의 정치·경제적인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기후협약·탄소배출권거래제처럼 지난 시간과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지나간 시간을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가끔 TV나 영화를 통해 사극을 보면 워낙 문명의 발전을 이룬 시대에 사는지라 현재와 많이 다른 것 같아도 지금과 똑같은 삶의 면면을 많이 보게 된다. 어차피 삶의 본질은 같은 것이어서 우리네 사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기도 하겠지만,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점 또한 간과할 순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살면서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만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본인이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잘못된 성향과 습관 때문에 반복된 불행을 자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험이 주는 교훈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스스로의 삶에 잘못된 굴레를 씌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한번쯤 지난 역사의 거울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내 삶의 주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깊은 고민의 해답이 어쩌면 그 안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어차피 삶은 모험과도 같은 것이어서 직접 부딪쳐야 하는 상황이 많겠지만, 역사가 주는 가르침만 잊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삶이 더욱 풍요롭지 않을까?

안병용 의정부 시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